마당갈비의 ‘하얀 민들레 밥’은 열을 내리는 토종 약초인 하얀 민들레를 넣고 고구마, 콩, 은행, 대추, 표고버섯을 고명으로 올린 영양솥밥이다.
■ 충북 제천 ‘약선 음식거리’
버스 터미널이 있는 제천시 중앙동에는 약선 음식거리가 있다. 제천을 대표하는 이곳의 식당들은 약식동원(藥食同源), 식즉약(食卽藥)의 개념으로 다양한 약선 재료를 넣어 음식을 만든다. 식당 입구에는 약선 음식점임을 알리는 공통 간판도 걸려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전통시장들도 이웃해 있다. 제천에 출장이 잦았던 지난 7월부터 이 거리의 음식점들을 차례로 순례하며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았다. 음식 맛도 좋고 이야기도 좋은 식당들을 소개한다.
얇게 썬 삼겹살에 매운 양념과 간장 양념을 해 하루 숙성 후 화덕에서 불 맛을 입혀 익혀낸 후 파채에 올려내는 불고기가 ‘제천대파불고기’(043-652-4586·독순로 11길 3)의 대표 메뉴다. “파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위장 기능을 활발하게 돕기 때문에 육류와 궁합이 잘 맞는 채소다. 고기 양념에 황기와 감초 등의 약재가 들어가는데 어머니께서 도와주고 계신다”고 채승윤 대표가 말했다. 젊은 사장 부부가 매장 입구 화덕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내고 손님들을 맞는다. 벽에 그려진 감각적인 대파 캐릭터와 SNS 마케팅도 재미있다. 불 맛은 예상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함께 나오는 명이나물장아찌가 고기와 잘 어울린다.
‘이대감숯불갈비’(043-647-4208·독순로 50)에서는 ‘능이 짜글이 볶음’과 ‘능이 짜글이 찌개’를 판다. 은은하고 깊은 향의 능이버섯을 넣은 두 메뉴는 어느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맛이 좋다. 이정희 대표는 “남편이 고기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매일 신선한 고기를 싸게 구매하고 있다”며 “송악면 도화리에 위치한 텃밭에서 신선한 재료를 가져와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음식점으로는 최고의 환경이다. 이 대표는 “찌개와 볶음에 사용되는 고기는 돼지 한 마리 잡으면 두 근 반 정도 나오는 특수 부위들을 골고루 사용하고 있다”며 “돼지 뼈와 고기를 섞어 육수를 내는데 그때 황기, 감초, 엄나무, 가시오가피를 넣고 이틀 정도 푹 끓여준다”고 재료와 조리법을 설명했다. 이 대표가 장도 직접 담그고 매일 다양한 찬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고 있다. 특히 상추 겉절이는 손님상에 나가기 바로 전에 만들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이 좋아 한 접시로는 부족했다. 찬의 숫자 역시 이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기로 유명하며 고기의 질도 좋아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찌개와 볶음을 즐길 수 있다.
54년 전통의 찹쌀떡 집 ‘덩실분식’(043-643-2133·의림동 46-7)은 작고 허름하게 시작해 이제는 명실상부한 전국구 맛집으로 성장했다. 막걸리와 쌀뜨물을 이용해 반죽을 발효시켜 모양을 유지하며 적두와 거두를 사용해 달지 않고 고소한 팥소를 만든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을 이곳의 석시한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모든 공정은 오랜 시간을 통해 터득한 수치화 된 기록으로 오차를 두지 않고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게 바로 옆 건물 1층은 공유공간으로 구매 고객들이 먹고 쉬고 갈 수 있는 곳이고 바로 길 맞은편 집 1층에는 덩실분식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도 있다.
강원 영월에서 제천으로 시집 왔다는 ‘상동막국수’(043-644-2555·풍양로 9길 11-1) 윤복순 사장은 막국수 제조법을 40년간 음식점을 한 친정 부모님께 배웠다. 봉평에서 직접 메밀을 받아 만드는 이 집 막국수는 비빔국수 형태로, 양념이 얹어져 나오며 육수를 부어 먹는다. 양념은 단맛이 적고 간장 육수는 약재와 채소를 넣어 끓여낸다. 면을 입에 넣을 때 구수하고 투박한 메밀 향이 목 안까지 느껴졌다. 면을 가위로 자르지 않아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생삽겹살, 한우갈비살 등 고기를 주로 파는 ‘마당갈비’(043-646-9210·숭문로 10길 9)에서는 ‘하얀 민들레 밥’이라는 독특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밥을 지을 때 하얀 민들레를 넣고 고구마, 콩, 은행, 대추, 표고버섯을 고명으로 올린 영양솥밥이다. 안주인은 음식점을 하는 친언니로부터 음식을 배워 장도 직접 담근다. 10가지 이상 되는 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지만 밥과 함께 비벼 먹는 양념장이 특히 맛있다. 최병구 대표는 “하얀 민들레는 백운면에 위치한 지인의 농장에서 가지고 온다”며 “독이 없어 간, 위를 튼튼히 하고 열을 내리는 대표적인 토종 약초”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17년 동안 영업해 지역 단골들도 많다. 최근 나이 먹은 단골들이 불편해해 입식 테이블로 모두 교체했다고 한다. 뜨거운 물 주전자도 함께 제공되니 돌솥 안의 밥을 덜어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으로 즐겨보는 것도 잊지 말자.
오랫동안 전국을 다니며 커피를 공부했다는 ‘관계의 미학’(070-4120-0690·독순로 60) 박흥진 대표는 고향인 제천에 돌아와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시민과 나누고 있다. 커피숍 이름처럼 박 대표의 취향을 저격하는 미학 관련 서적이 카페 곳곳에 쌓여있다. 서울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가격으로 스페셜티 커피와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말고도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독특한 음료는 바로 ‘생강라테’와 ‘생강에이드’다. 생강 원액을 직접 강판에 정성 들여 갈아 만든다. 또 생강라테에 넣는 시럽도 직접 만들어 숙성시켜 사용한다. 쌀쌀해지는 요즘, 미학 서적을 읽으며 생강라테 한잔하기 위해 방문해도 좋겠다.
‘샌드타임’(043-645-9686·독순로 64)은 장년의 부부가 함께 운영하며 단골손님 많기로 유명한 샌드위치 가게다. 클래식한 우유 식빵을 구워내 샌드위치를 만든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채소가 듬뿍 든 ‘샐러드 샌드위치’와 양념 불고기를 구워 넣은 ‘불고기 샌드위치’다. 불고기 양념은 물엿, 간장, 그리고 에스프레소 원액을 조금 사용해 고기 특유의 향을 잡아냈다. 박원문 대표는 “서울 청담동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하는 처제의 레시피로 만들고 있다”며 “재료는 매일 아침에 하루 팔 양만 준비하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말했다. 욕심 없이 나누기 좋아하는 부부는 언제나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밝게 인사한다. 이곳의 샌드위치와 생과일주스는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제천 구도심에는 동문전통시장과 내토전통시장, 그리고 중앙시장이 서로 가까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제천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빨간오뎅’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사각 어묵을 3등분으로 접어 꼬치로 끼워낸 후 맵고 칼칼한 양념에 익혀낸다. 추운 지역인 제천은 예로부터 맵고 칼칼한 음식이 많이 발전했다. 내토전통시장 내에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한 ‘외갓집’(043-652-7767·중앙로1가 14-1)은 제천시민들이 장을 본 후 잠시 들러 ‘빨간오뎅’ 한두 개씩 먹고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심 좋은 이곳의 사장은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빼먹지 않고 어묵 국물을 챙겨줄 정도로 친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