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눈만 감으면 외할머니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삼 년간 우리와 함께 사셨다. 팔순 중반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외할머니는 식당을 운영하시는 어머니의 일손을 돕고, 나와 함께 반주로 소주를 즐기실 정도로 정정하셨다. 그러나 환갑을 앞둔 외삼촌이 위암으로 세상을 뜨자 외할머니는 급격히 기운을 잃고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외삼촌을 따라가시고 말았다.
외할머니 얼굴만 떠올리면 돌아가신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막걸리 생각부터 난다. 내가 이십 대 초반이었을 때 외할머니께서 한 달쯤 우리 집에 묵다 가신 적이 있었는데 외할머니는 짐을 푸시자마자 항아리에 막걸리부터 빚으셨다. 막걸리가 항아리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나는 외할머니와 함께 아침부터 큰 대접에 막걸리를 부어 건배를 했다. 오전 열 시쯤이면 다시 막걸리를 한 대접 비우고, 점심 먹으면서 한 대접 비우고, 오후 서너 시쯤 또 막걸리를 따르고, 저녁 밥상 앞에서도 막걸리를 들이켰다. 그렇게 해서 40ℓ들이 항아리에 가득 찼던 막걸리를 외할머니와 나는 사흘 만에 비우고 말았다.
오십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나는 외할머니의 막걸리보다 맛있는 막걸리를 먹어보지 못했다. 집안에서 술 잘 빚기로 유명했던 외할머니의 막걸리를 떠올리면 왜 진작 막걸리 빚는 법을 배워두지 못했을까 여간 후회스러운 게 아니다.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외할머니의 막걸리, 그래서 외할머니가 더욱 그립다.
외손자 김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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