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홍콩이공대 인근의 크로스 하버 터널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홍콩내 주요 대학은 책상, 칠판으로 바리케이드가 만들어진 ‘시위대 요새’로 변모했다. AP 연합뉴스
14일 홍콩이공대 인근의 크로스 하버 터널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홍콩내 주요 대학은 책상, 칠판으로 바리케이드가 만들어진 ‘시위대 요새’로 변모했다. AP 연합뉴스
브릭스 정상회의서 입장 표명
“혼란 진압, 가장 긴박한 임무”
시위대 성격 규정하며 최후통첩
홍콩정부·경찰·사법부 향해
더욱 강력한 대응 주문하기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회의에서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특별 입장을 발표하며 ‘최후통첩’ 성격의 경고를 날렸다. 특히 최근 평일 교통방해 등으로 갈수록 격해지는 홍콩의 반(反)중국 시위대를 ‘폭력 범죄 분자’로 규정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또한 시 주석은 “혼란을 제압하는 게 가장 긴박한 임무”라며 홍콩 정부에 더욱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에 홍콩 정부가 조만간 비상사태 시 집행할 수 있는 ‘긴급법(긴급정황규례조례)’ 확대 적용이나 야간통행 금지, 계엄령 발동 등 긴급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 중인 시 주석이 14일 현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국제회의가 열린 곳에서 내정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홍콩 시위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먼저 “홍콩에서 계속해 과격 폭력 범죄 행위가 벌어져 법치와 사회 질서를 짓밟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부터 주말 시위를 넘어 평일 시위와 시가전 양상으로 격화하고 있는 홍콩 사태에 대해 조속한 진압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시 주석은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만났을 때도 “폭력과 혼란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여전히 홍콩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위대 제압이 ‘중요한’ 임무에서 ‘긴박한’ 임무로 격상됐다. 시 주석은 또 홍콩 시위대에 대해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심각히 파괴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의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홍콩 시위대에 대해 처음으로 ‘폭력 범죄 분자’로 규정했다. 홍콩의 사회 질서와 안녕을 위협하는 ‘범죄자’에 대한 조속한 진압 논리의 연장선에서 나온 규정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어 홍콩 질서 회복의 주체로 홍콩 정부와 경찰, 사법 기관을 차례로 거명했다. 그는 “우리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의 법에 따른 행정 집행과 홍콩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을 굳건히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또 “홍콩 법원이 법에 따라 ‘폭력 범죄 분자’들을 처벌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도 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구체적 발언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홍콩 정부가 더욱 강력하게 시위대 진압에 나서도록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밤 람 장관 주재로 시위 사태에 대한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홍콩 정부는 앞으로 더욱 강경한 조치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시위가 평일, 24시간 전개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야간통행 금지나 계엄령 실시 등의 긴급 처방이 나올 수도 있다. 중국 관영 매체는 14일 트위터 계정에 “홍콩 정부가 주말 통행 금지령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또한 시위 격화를 이유로 오는 24일로 예정된 홍콩 구의원 선거를 연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매슈 청 홍콩 정무부총리는 전날 “교통이 끊기고 시위대가 돌을 던지는 상황에서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홍콩 사태에 군사 개입 등을 시사하지는 않았지만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홍콩 주재 인민해방군 개입이나 중국 무장경찰의 홍콩 경찰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물론,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의식해 무력 개입 등은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홍콩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 이 같은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정부의 국가 주권 및 안보 수호 의지는 확고부동하고, 일국양제 방침 관철 의지 역시 굳건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김윤희 기자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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