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조항 사실상 사문화
선거일 37일전 획정되기도


국회의원 선거구는 당락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은 선거구를 총선거 1년 전까지 획정해 정치 신인들에게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법 규정이 지켜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는 17일로 D-150을 맞는 21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늑장 선거구 획정조차 ‘힘 있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게 지역을 조정하는 게리맨더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왔다.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 한다’는 선거법 제24조 2항은 우리 정치권에선 사문화된 조항이나 마찬가지였다. 1년 전은커녕 후보 등록(선거일 20일 전부터 이틀 동안)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획정된 사례도 적지 않다. 2004년 17대 총선 선거구는 선거일 37일 전 획정됐다. 4년 뒤인 2008년 18대 총선은 47일 전, 2012년 19대 총선은 44일 전, 2016년 20대 총선은 42일 전 선거구가 정해졌다.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는 역대 최악의 기록이 또 깨질 수 있다. 선거일 152일 전인 15일 현재까지 선거구 획정은커녕 선거제도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선거 때마다 게리맨더링 논란이 재연되는 것도 문제다. 19대 총선 당시는 경기 용인시의 경우 인구가 많아 분구 대상이었지만, 분구를 막기 위해 기흥구 동백·상하동을 처인구로 편입시켰다. 20대 총선에서도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 충남 아산시 등의 선거구 획정을 두고 현역 의원이나 정당 내 실세 정치인의 입김이 크게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독일이나 호주처럼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에서 분리해 별도 상설 독립기구로 만들고, 위원회가 만든 안을 국회가 임의로 수정하지 못하게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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