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만개이상 전수조사
“취지 맞는 모험자본 극소수”
‘악재 터지니 현황파악’비판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한 모험자본 활성화’를 내걸고 규제를 풀어 사모펀드 시장을 크게 늘렸지만 대부분 ‘혁신성장’과 거리가 먼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투자 상한선을 3억 원으로 높이고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등 규제 완화 정책 기조에서 선회한 배경도 ‘정책 실패’를 인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5일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위해 1만 개가 넘는 펀드를 분류하고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며 “최근 사모펀드 투자액이 빠르게 늘었지만, 제도의 애초 취지인 모험자본으로 분류되는 펀드는 극히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모험자본은 당장 투자 위험은 크지만 일반적인 수준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시도하는 단계에서 투자되는 자본으로, 벤처캐피털이 이에 해당한다. 수년간 사모펀드 규제 완화 기조 속에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다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펀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까지 악재가 연달아 터진 뒤에야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제도 완화 이후 모험자본 증가도 미미해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기존의 상장 기업 혹은 지수 투자, 해외 대체 투자 상품(부동산 등) 투자, 혹은 이번 DLF 사태와 같이 모험자본과 전혀 관계없는 파생상품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가 내놓은 고위험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 주요 취지 역시 ‘사모는 사모답게’로 본래 취지와 관련 없이 커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14일 내년부터 은행에서 원금의 20%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8970개였던 사모펀드는 규제 완화에 힘입어 지난해 말 1만105개로 1만 개를 돌파했고, 올해 7월 말 1만1479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DLF·조국 펀드·라임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며 지난달 말 기준 1만1177개로 다시 감소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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