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물성을 살려 ‘한국적 추상’의 세계를 펼쳐온 송수련 화백(중앙대 예술대 한국화학과 명예교수)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M’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트바젤(Art Basel)과 쌍벽을 이루는 아트센트럴(Art Central) 심사를 통과한 후 작품 출품에 앞서 열리는 전시여서 화단의 비평가와 컬렉터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아트센트럴은 2020년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홍콩에서 열린다.
M갤러리에는 100호에서 200호에 이르는 작품 3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모두 한지 작품들이다. 그러나 한지하면 떠오르는 수묵화나 민화 등의 작품은 아니고 모던한 추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어 오히려 단색화 쪽에 가깝다.
서예가의 붓글씨 위에 한지를 길게 찢어서 붙여 서체 일부만 드러나도록 한 작품으로부터 한지 뒷면에 물감을 여러 겹 덧칠한 배채법(背彩法)으로 한지 결을 은은히 살려내고, 안료인 분채로 푸른 물을 들여 이를 다시 결대로 곱게 찢어 붙여 한지 특유의 긴장감을 연출한 작품들이다. 한지로 만든 조형물 달항아리도 눈길을 끈다. 한지 아래 바탕이 되는 서체는 서예가 무불 선주석 ((無不 宣柱石) 선생이 살아생전 건네준 파지(破紙)위에 쓰였던 것들이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송 화백의 작품에 대해 “지지체 즉 한지에 대한 극명한 인식과 그로 통해 구현되는 투명한 깊이의 표현은 한국화만이 지니는 미의식이다. 또한 그의 화면은 한국화라는 특정한 유형으로만 묶을 수 없는 보편적 현대적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반복의 구조를 통한 전면화의 방법은 한 시대의 유형으로서 미니멀리즘과도 일정한 견인관계를 유지해주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일종의 시대적 미의식의 공감”이라고 송 화백의 작품에 의미를 부여했다.
송 화백의 작품에는 한지로 표현된 조형미 이상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오랫동안 ‘관조’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관조는 본질을 응시하려는 영혼의 시선이다. 사물의 유한한 세계를 넘어 추상적 본질에 가 닿으려는 내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관조는 사물에 가닿는 내 물리적 시선이 아니라 내 안의 내면적 시선을 의미한다. 그 내적 시선이 가 앉는 곳에서 대상은 사물의 감옥으로부터 풀려나와 비로소 살아있는 그 무엇이 된다.”
송 화백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 전공 및 성신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상대학교, 중앙대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단색화 선각자 고(故) 권영우, 안상철 화백이 스승으로 대학 시절에 지도받았다. 현재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명예교수다.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울산현대예술관, 정부종합청사, 금호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경택 기자
사진 = M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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