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 원효초등학교 1학년 4반 아이들이 놀이시간을 이용해 교실에서 뛰놀고 있다. 2주 전, 공간혁신에 따라 교실 2개를 터서 한 공간으로 만든 덕분이다. 아이들은 “토요일에도 등교하고 싶다”고 할 만큼 만족감을 보였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 원효초등학교 1학년 4반 아이들이 놀이시간을 이용해 교실에서 뛰놀고 있다. 2주 전, 공간혁신에 따라 교실 2개를 터서 한 공간으로 만든 덕분이다. 아이들은 “토요일에도 등교하고 싶다”고 할 만큼 만족감을 보였다.

③ ‘꿈이 넘치는 곳’ 원효초등학교 르포

교실 2개 터서 하나의 공간
‘U’ 형태로 책상들 배열하고
중앙에는 ‘땅따먹기 판’ 그려
놀이시간엔 운동장 역할 하고
수업할 땐 발표하는 무대로


“야! 땅따먹기하자!” “선생님, 저 1등 했어요!”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원효초등학교 1학년 4반.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뛰어노는 모습부터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교실 바닥에 누워서 뒹구는 아이들부터 땅따먹기 판 위에서 널뛰는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을 하거나 요리하는 시늉을 내는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아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연신 기쁨의 고성을 지르며 교실의 공기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공간이 정말 사람을 바꾸는 것 같지 않나요?” 김용호(여·58) 4반 담임교사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2주 전, 교실을 옮기면서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원효초가 이른바 ‘공간혁신’을 단행하면서부터다.

교실 2개를 터서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중간 공간에 다락방을 만들었다. 다락방엔 책, 보드게임 등 아이들의 놀잇감들로 채워졌다. 책상 배열구조도 바뀌었다. 교실 책상은 커다랗게 알파벳 ‘U’ 자를 그리며 시선을 중앙으로 모았다. 중앙 공간에는 숫자가 크게 그려진 땅따먹기 판이 있었다. 아이들은 이 공간을 놀이시간에는 운동장처럼, 수업시간에는 무대처럼 활용했다. 놀이시간에는 땅따먹기를 하다가도 수업시간에 발표할 때면 중앙으로 나가 시선을 한 몸으로 받으며 목소리를 냈다. 김 교사는 “수업 집중도가 올라간 것은 물론, 모두가 무대에 서서 발표하는 문화가 자리 잡히다 보니 아이들이 틀리더라도 자신 있게 발표하게 됐다”며 “직사각형 책상이 바둑판 배열로 배치된 교실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칠판 역시 미닫이 식으로 열었다 닫을 수 있게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또 분필 대신 보드 마커를 써 먼지가 나오지 않도록 했다.

아이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공간혁신을 통해 어린 학생들의 폭넓은 활동량을 수용하면서 유치원과 학교의 공간 구조 차이에서 비롯되는 위화감도 방지할 수 있다는 효과가 아이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도하윤(8) 양은 “교실이 넓어서 친구들이랑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 좋다”며 “학원에 가면 2∼3학년 언니 오빠들을 만나는데, 다들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은호(8) 군은 “기분이 너무너무 좋다”며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오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전하은(8) 양 역시 “유치원이랑 학교랑 비슷한 것 같아서 좋다”며 “나도 기분이 좋은데 친구들도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놀이시간이 끝나고 수업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아직 놀이시간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듯 옅은 흥분이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열띤 수업 분위기가 조성됐다. 김 교사는 “잘 놀아본 아이가 공부도 잘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교사 경력 35년 동안 이렇게 밝은 분위기에서 수업이 이뤄지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공간은 만들어냈을까. 원효초 공간을 재설계한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는 “공유 감각을 아이들에게 키워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책상들이 놓인 각 반 가장자리 공간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힌트를 얻었다”며 “그 공간들을 꺼내서 통합 존(zone)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존에 각 반에서 관리하는 교재나 장난감을 놓으면, 아이들이 단순 그것들만 나눠 쓰는 게 아니라 공유의 경험과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어 “건축계에는 ‘우리가 건축이나 공간을 만들지만 그게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며 “공간을 통해서 아이들이 공유감각을 키우고 생활 속에서 공유라는 가치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효초 관계자는 “공간혁신이 1학년 학생들이 쓰는 별관에만 적용된 상태”라며 “우리 학교 모든 교실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교실에도 공간혁신이 생겨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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