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랫동안 묻고 싶었네/ 어두움은 꼭 밝혀져야 하는 것일까/ 세상에 어두움이 없다면/ 들판에서건, 도시에서건/ 살아있는 것들이 어찌 잠을 잘까/ -어두움에게 세상의 절반을 돌려주길/ -어두움에게 사랑의 절반을 돌려주길.”(‘불빛 속의 그대에게’)
시에 효용성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주변을 이해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아닐까. 춘추 시대에 천하를 주유했던 공자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희(古稀)를 눈앞에 두고 고향에 돌아와 시경(詩經)을 묶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다. 장재선 시인은 시집 ‘기울지 않는 길’(서정시학)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 관해 질문을 던지며 모두와 공존하는 삶을 노래한다.
시작은 시인이 만난 많은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한 깨달음이다. 노년에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나문희 배우, 주변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배움을 얻는다는 소리꾼 장사익 등. 장 시인은 벼린 시어로 그들의 인생을 조망하며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아흔여덟이신 친정어머니와/ 그 어머니가 믿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의 부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나의 친구 할머니들,/ 제가 이렇게 상 받았어요./ 여러분도 다들 그 자리에서/ 상 받으시기 바랍니다.”(‘수상 소감 덕분에-배우 나문희’)
또한 장 시인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사회에서 비롯된 아픔을 살피며 서정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그런 친구와 잠시 헤어질 때의 예의는/ 깨끗이 빨아놓는 것입니다./ 걸레가 바닥에 놓여 있을 때/ 다른 식구가/ 손이 아닌 발로 집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걸레를 위하여’ 중)
배우 최불암은 추천사에서 “이 시집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은근하면서도 절실히 담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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