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 경찰은 21세의 에르네스토 미란다를 납치·강간 혐의로 체포했다. 미란다는 범행을 자백했지만, 재판에서는 번복했다. 1966년 연방대법원은 미란다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그가 진술거부권 등의 권리를 고지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수정헌법 제5조는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아도 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판결 취지에 따라 각 주 경찰당국은 ‘미란다 경고문’을 만들어 수사관들이 피의자를 체포, 신문할 때 읽어 주도록 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말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로 시작한다.
‘미란다 원칙’은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귀하를 ○○법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인 선임 권리와 변명 기회가 있고, 체포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진술거부권, 즉 묵비권 고지는 빠져 있다. 그러나 우리 법체계도 진술거부권을 보장한다. 헌법 제12조 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5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와 283조는 검사·사법경찰관 및 판사가 피의자·피고인에게 진술하지 않을 권리를 고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2000년 7월 4일 미란다 원칙을 무시한 체포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의 보수층은 ‘미란다 판결’이 범죄 피해자의 권리보다는 범죄자 권리를 더 존중했다고 비판한다. 미 법원에서도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진실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판사를 오도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양형을 가중하는 추세라고 한다.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중이던 2017년 6월 법학전문학술지에 ‘진술거부권은 피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무기로 수사기관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과 가족의 행태는 피해자 권리 행사인가, ‘사법 방해’인가. 공인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진실을 당당하게 소명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그러지 않으면 ‘법꾸라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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