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제주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
2014년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생약 수입·제조때 허가받고 사용료 내야
천연물산업 시장규모 내년 1조달러 전망
年 7%대 성장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
옥천·양구 이어 제주에 2021년 준공 목표
수입 의존도 높은 한약재 개발 등 역할
연말 분위기에 한몫을 하는 크리스마스의 상징을 이야기할 때 ‘크리스마스트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주로 서양의 가정에서 만드는 이 트리에 사용되는 나무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품종은 사실 지리산과 한라산의 대표 식물인 ‘구상나무’다. 1907년 서양의 식물학자들이 한반도에서 채집한 표본이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식물원으로 넘어가면서 존재가 알려진 뒤 정원용 나무나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각광받게 됐다. 국산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면에 구상나무와 같은 국산 생물자원을 약탈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2014년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크게 높인 ‘나고야(名古屋)의정서’가 발효된 이후에는 이른바‘종자 전쟁’에 대비해 자국 생물자원의 표본 등을 확보하고 지켜내는 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주도에 새로운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2014년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특정 국가로부터 생약자원을 수입해 연구하거나 이를 이용해 제품 등을 제조할 경우,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제공 국가로부터 접근 및 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하며 특히 이후 제품 판매로 발생한 이익에 대한 로열티 지불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잘 보존된 생물자원은 국가의 재산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나고야의정서를 기반으로 글로벌 천연물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 달러, 2050년 5조 달러로 연 7% 이상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1억4700만 달러가량의 한약재를 수입하는 등 한약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데다 일부 품종의 경우 중국산 종자를 이용해 국내에서 활용 중인 경우도 있는 만큼 아직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내 생약자원을 확보하고 품질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충북 옥천에 온대성 생약자원 관리를 위한 센터를, 2001년에는 강원 양구에 고산성 생약자원 관리를 위한 센터를 각각 개설했다. 이번에 추진 중인 제주 센터가 관리할 자원은 (아)열대성 생약자원이다.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 유통 중인 한약 제제의 약 72%는 (아)열대성 생약을 1개 이상 포함하고 있으며, 전체 생약 수입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 역시 (아)열대성 생약이다. 중요도를 생각하면 설립 추진이 다소 늦었다고도 할 수 있다. 제주 센터는 4만6882㎡ 크기의 부지 위에 지어질 예정이며, 오는 12월 공사발주 계약이 이뤄지고 2020년 3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2021년 12월에 준공이 될 예정이다. 센터 내에는 생약자원의 품질관리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동과 한약의 모양이나 냄새 등을 직접 체험하고, 실제 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체험할 수 있는 체험 및 홍보관이 마련될 계획이다. 또 생약자원을 재배하는 재배장과 온실, 생약표본 등을 보관하는 생약자원보존관 등 공간이 마련된다.
제주센터의 우선 목표는 열대성 및 아열대성 생약자원의 수집과 보존, 분양이다. 공정서(국가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의 목록과 사용 기준 등) 기원 품목을 비롯해 전통의서에 기록돼 있는 품목, 외국 공정서,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등에 사용되는 생약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해 국가의 자산을 키우는 것이다. 설립 이후 우선적으로 대한민국 약전 등에 수록된 계피, 진피 등 (아)열대성 생약을 중심으로 우선 재배할 계획이며 동의보감 등 전통의서나 외국 공정서, 민간요법에 사용되는 생약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이렇게 확보된 생약자원을 관련 연구자나 산업체의 품질관리 및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분양도 한다. 이렇게 확보된 자원에 대해서는 품질관리에 나선다. 생약의 품질관리를 위해 표준품, 표본 등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기준과 규격을 설정하고 첨단기술을 활용해 위·변조품 검사법과 유해물질 검사를 위한 시험법도 마련한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생약에 대해서는 대체생약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 사용되지 않은 생약재료들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해 천연물 신약이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될 수 있는 원료와 제품을 새롭게 개발할 예정이다.
전시 및 체험관에서는 교육과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생약자원 증식표본과 생체표본 등을 전시하고 가짜를 감별해볼 수 있는 체험관을 운영해 생약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센터의 품질관리와 안전성 관리에 대한 연구결과도 홍보한다. 또 제주 아열대 생약재배단지를 조성해 유효한 생약 성분이 풍부한 원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며, 아열대 재배기술의 교육과 보급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나고야의정서 대응을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 특히 국내 자생 아열대성 생약자원의 식재, 재배·사용·연구이력, 자생기록 등 자료를 준비해 로열티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중국 주도로 이뤄지는 한의약 국제표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표준화가 이뤄질 때 주도권 확보에도 나선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를 통해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내 식의약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품질관리 기반을 마련해 보다 안전하고 품질이 높은 한약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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