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약탈과 패배로 쓴 역사 / 매슈 닐 지음, 박진서 옮김 / 마티

2015년 리비아의 이슬람주의자들이 로마에 테러 위협을 가했다. 로마 시민들은 트위터를 통해 이슬람 무장단체를 비웃으며 “언제 도착하는지, 인원은 몇 명인지 알려주면 파스타를 삶을게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책의 저자 매슈 닐은 이 일화를 전하며 “수천 년의 흥망성쇠를 겪은 로마인들이 특유의 냉소적 유머 감각을 키웠다”고 했다.

매슈 닐은 과거 흔적을 대부분 간직하고 있는 로마에 매료된 영국 출신 작가이다. 지난 15년간 로마에 거주한 그는 이 도시가 3000년에 걸쳐 어떻게 변모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살폈다.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통사로 전하는 것은 너무 방대하기에 특별히 ‘약탈’이라는 주제를 택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매슈 닐은 로마 역사상 중요하면서 동시에 다른 시대와 완전히 구별되는 성격을 지닌 7번의 약탈을 택했다.

기원전 갈리아인의 침입부터 5세기 서고트인, 6세기 동고트인과의 전쟁, 11세기 노르만의 정복자 기스카르의 점령, 16세기 카를 5세 에스파냐군의 침략, 19세기 프랑스 나폴레옹군의 진격, 그리고 20세기 2차 대전 후반기 같은 추축국(樞軸國)이었던 독일 나치의 침탈까지.

각 장을 펼치면, 약탈의 장면과 함께 당시 로마인의 일상 풍경이 생생히 나타난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집에서 살고, 어떻게 목욕을 하고, 유흥과 섹스를 어떻게 여겼는지 등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요 산업, 계급 질서, 빈부 격차, 행정 상황뿐만 아니라 건축물, 예술에 관한 내용이 무궁무진하다.

11세기에 상당수 로마인이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 성을 따랐으며, 여성의 토지 소유권이 컸다는 내용 등이 매우 흥미롭다. 1541년 완성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약탈의 공포를 반영했다는 저자의 시각도 새롭다.

사실 매슈 닐이 로마의 약탈사를 더듬은 것은 그때마다 환생한 이 도시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이다. 로마는 갈리아의 공격을 받고 나서 11㎞의 세르비아누스 성벽을 쌓았는데, 향후 외적을 방어하는 데 유효하게 쓰였다. 이런 식으로 로마는 약탈을 통해 자기방어의 역사를 누적했고, 거듭된 환생을 거쳐 오늘날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로 살아남은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세상이 쉽게 부서질 듯한 요즘처럼 이상한 시대에, 나는 로마의 과거에서 꽤 많은 위안을 얻었다. 로마인은 재앙이 닥칠 때마다 끊임없이 떨쳐내고 새로운 세대의 위대한 기념물을 더하여 도시를 재건했다.” 688쪽, 2만8000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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