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환 경제산업부 차장

지인이 얼마 전 회사를 그만뒀다. 유명 금융회사에 다니던 그는 평소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주목했던 것은 최근 급부상한 ‘무인 스터디 카페’였다. 마침내 그는 경기 김포시에 프랜차이즈 스터디 카페를 오픈했다. ‘투잡’에 나선 것이다. 스터디 카페는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을 원하는 직장인·학생들의 취향과 주 52시간제 시행 등이 맞물리면서 그야말로 ‘호황’을 맞고 있다.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한 집 건너 스터디 카페’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김포에 이어 서울에 스터디 카페 2곳을 더 열고 그는 퇴직했다. 현재 그의 한 달 순수익은 1500만 원가량 된다고 한다. 지인의 투잡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인화(無人化)’였다. 그는 카페 관리에 하루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60평 정도의 카페 곳곳에 설치된 16대의 CCTV는 사장의 ‘눈’ 역할을 했고, ‘무인 종합정보안내 시스템’(키오스크)은 그의 손발이 됐다.

미국의 혁신 아이콘인 ‘아마존’은 지난해 1월 시애틀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오픈했다.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게 늘어선 결제 대기 줄도 없고, 매장을 나갈 때 보안요원들의 날카로운 시선에 ‘검문검색’을 받지 않아도 된다. 매대에 있는 물건을 집어 들고 나가면 몇 분 후 스마트폰에 결제 영수증이 도착한다. 아마존 고의 무인 매장 시스템은 미국 오프라인 마켓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아마존은 현재 16개에 불과한 아마존 고 매장을 2021년까지 미국 전역에 3000개를 깔겠다고 밝혔다. ‘무인화’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하면서 무인 매장은 물론, 무인 자동차 등등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인화의 그늘에 가려 생존까지 위협받는 사람도 많다. 대형마트 종업원들과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아마존 고의 확산으로 미국 식료품 매장 계산원 90여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매장 키오스크에 익숙지 않아 뒷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노인들도 ‘무인화’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새 시스템과 옛 시스템의 충돌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혁신’은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전화기 기술 발전으로 전화 교환원들이 사라지고 버스 안내양 직업이 사라졌듯이 ‘빛과 그림자’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불가피한 현상 때문에 혁신에 대한 속도가 늦어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산업 발전으로 생계 위협을 받는 계층은 직업 전환 교육과 같은 사회 안전망을 통해 전직의 길을 마련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줘야지, 혁신의 시동을 꺼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아쉽게도 정부는 ‘카카오 카풀’과 ‘타다’ 사태에서 보듯 이런 선택 지점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주지 못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기소해 오히려 혁신에 역행하는 인상을 심어줬다. 무인 매장에서 고객들 행동을 지켜보는 CCTV가 고객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발목을 잡지 않을지 걱정이다.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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