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록 시인이 펴낸 첫 산문집 ‘안간힘’(창비)은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서 써내려간 치유의 기록을 담고 있다. 아들을 잃은 유 시인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통을 마주한다. 참척의 고통을 겪은 시인은 아들과 함께 잠들던 방, 함께 거닐던 길을 떠나지 않는다.
유 시인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시인을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준 것은 아들과 보낸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유 시인은 아들의 죽음에 머물러 있지 않고 추억을 회상하며 슬픔과 고통을 극복한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끌어안고 살아가리라 결심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유 시인의 다짐이 생과 사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소설가 이은정 작가의 산문집 ‘눈물이 마르는 시간’(마음서재)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진짜 시골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와 맞서야 하고, 집 안에 난입한 쥐와도 신경전을 벌이며, 글쓰기 외엔 마땅한 벌이가 없으니 통장에 잔액이 바닥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날도 있다. 포기하지 않고 버틴 끝에 이 작가는 돌아보니 혼자 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작가는 문학이라는 거대한 고독 속에서 성찰하며 자신을 보듬는다. 이 작가는 담담한 문장을 통해 무수한 상처와 고통의 시간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며, 지금 그런 아픔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당신의 아픔을 치유해줄 수는 없지만, 옆에서 같이 울어줄 수는 있다고 말이다.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윤지회 작가는 자신의 암 투병기를 산문집 ‘사기병’(웅진지식하우스)에 담았다. 산문집 속에 등장하는 윤 작가의 모습은 위암 4기를 선고받은 환자로 보기에는 매우 발랄하다. 윤 작가는 그림책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갑자기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을 시작했다. 슬퍼하거나 정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수술대 위에 오른 윤 작가는 5년 내 생존율 7%에 승부를 건다. 온갖 항암치료로 힘겨운 처지에서도 윤 작가는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며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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