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북한 어민을 비밀리에 강제북송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비공개로 전달한 데 이어, 서해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해안포 사격 사실도 뒤늦게 공개하면서 은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도 수차례 묵과하는 등 미온적 태도를 계속 보인 탓에 북한의 도발 강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창린도 방어부대 해안포 사격 참관 발표와 관련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포사격 방향과 시점, 발사 수 등은 26일 오전 현재까지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해안포 사격에 대한 입장도 북한 매체가 사격 사실을 보도한 이후에야 내놨다. 이는 지난 7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밝혀진 북한 주민 2명 강제북송 사건과도 유사하다. 앞서 정부는 이달 초 김 위원장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비밀리에 보냈다가 북한이 지난 21일 이를 공개한 뒤에야 사실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 같은 ‘북한 옹호’ 태도가 북한을 더욱 대담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창린도 해안포 도발’과 같은 9·19 남북군사합의 정면 위반까지 나왔다는 것.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올해 13차례 있었던 미사일 등의 발사가 큰 맥락에서는 모두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면서 “우리가 다수의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등 조치를 취했음에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정부가 이번 해안포 사격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군사합의 위반을 인정한 데 대해 “북한이 정확한 장소와 행위를 명시해서 밝힌 이상 정부도 이를 부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군사합의문에 서해 지역에 대해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기술이 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사안을 덮는 데 급급하기보다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란 이유로 용인하고 덮어주기만 한다면 모든 게 흐지부지된다”며 “9·19 남북군사합의가 처음이 아니라 이전에도 수많은 좋은 합의가 있었지만 북한의 미온적 태도 탓에 무용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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