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T기업들 벌써 인력난 고심
스타트업 등 대부분 규모 작아
전문연구요원 여부가 실적좌우

서울대·카이스트 학생 49%가
“대체복무 없으면 해외서 학위”
인력유출 심화땐 경쟁력 추락


정부의 석사급 전문연구요원 축소 계획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전문연구요원을 구하기가 힘들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수 인력들이 해외로 떠나버리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빅데이터와 AI 신경망 등을 개발하는 한 업체는 2022년부터 점진적으로 석사급 전문연구원이 줄어든다는 소식에 벌써 고심이 깊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전문연구요원이 있느냐 없느냐가 회사 실적을 좌우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6일 “전문연구요원이 시스템프로그램과 시스템설계 등을 맡고 있는데, 회사 기여도가 매우 높다”며 “전문연구요원이 줄어들면 빅데이터와 AI 등 고급 인력이 부족한 업종에서는 인력난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AI 챗봇 서비스를 운영 중인 한 스타트업은 블록체인 분야 진출을 위해 투자까지 받았지만, 정작 인력을 구하는 게 걱정이다. 실력 좋은 전문연구요원을 뽑기 위해 4대 보험, 중식 제공, 의료비 및 자기계발비 지원은 물론 커피 및 간식 무료 제공 등까지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전문연구요원 축소 여파로 인력 해외 유출이 가속화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걱정이 크다. 지난해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 등 재학생 1565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9%가 ‘전문연구요원이 없어지면 해외 대학원으로 가겠다’고 답변한 것을 고려하면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이 때문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 7월 성명을 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가 절실하다”며 “글로벌 경쟁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 정책 결정은 결국 정반대 방향으로 이뤄졌다.

산업기술혁신단체 모임인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클럽’은 입장문을 통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산업계 전문연구요원의 정원 감축은 기업의 기술혁신 의지를 꺾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입장문에는 벤처기업협회, 코스닥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등 14개 기관이 동참했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세계 AI 전문가 상위 500명 분포 국가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고작 7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이 73명(14.6%)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65명), 스위스(47명), 독일(36명) 등 순이었다. 지금도 고급 인력이 부족한 판인데, 세계적 인재로 커나가야 할 우수한 두뇌들이 자꾸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앞날은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하소연이다.

다만 전자업계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시급성이 요구되는 소재·부품·장비 관련 분야 중소·중견기업 배정 인원을 올해 1062명에서 내년 1200명으로 늘린 데 대해서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산업기능요원 배정 인원을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총 800명 줄이기로 한 데 대해 실망감이 크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막대한 타격을 산업기능요원 배정으로 조금이나마 메워 왔다”며 “이마저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은 또 한 번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완·김윤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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