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독(1943∼1995)

아버지! 오랜만에 불러 봅니다. 눈물이 많던 어린 동생과 저를 종종 놀리시고는 울음을 터트리면 마냥 재밌어하시던 장난기 가득했던 표정이 아직도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한여름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종종 운영하던 벽돌공장 마당에 자리를 펴고 밤하늘의 별을 같이 바라보곤 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즉흥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땐 아버지가 해주시던 그 이야기들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릅니다. 다정하고 포근했던 그 목소리가 오늘따라 너무나 그립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후 어린 자식과 부인을 돌보지 않고 망가져만 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저는 너무나 싫었습니다. 책임감 없는 당신의 자리가 크지 않다 느꼈고, 사춘기 반항심에 일부러 나쁜 짓을 해 상처를 남겨주고는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당신과 제대로 된 외출 한 번 한 적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돋보기가 망가진 것을 알면서도 왜 새 돋보기 하나 사드리지 못했을까요? 유품을 정리하다가 안경테에 테이프가 감겨 있는 돋보기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미안함이 무뎌질 때도 되었건만 시간이 지나도 당신의 빈자리는 점점 커져 갑니다. 당신에게 속죄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당신의 이름만으로도 제가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될 수 있었는데 왜 당신에게 소홀하기만 했을까요. 그땐 왜 몰랐을까요.

세월은 얼마나 빠른지 벌써 2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도 부모가 되었고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갑니다. 제 아이들도 예전의 저처럼 자기 생각만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더 죄송함이 밀려옵니다. 부모란 존재 자체만으로도 버팀목이 된다는 것을 오십을 앞둔 지금에서야 알아 갑니다.

딸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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