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대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모병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국민과 대화’에서 모병제에 대해 견해를 피력했다. 출산율 저하로 병력 자원 부족이 초래되므로 징집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징집 제도는 국방의 근간이므로 안보 상황, 병력 자원 가용성, 국민 합의, 경제력 등을 고려해 결정되며, 일반적으로 안보 위협이 높은 국가는 징병제를 채택해 안정적 병력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에 노출돼 있고, 주변국 군비 증강 또한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어 창군 이래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2022년부터는 징집 자원 부족으로 병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한편, 과학기술 발전으로 군 무기체계와 장비는 첨단화되고 있어 이를 운용할 인적 자원의 정예화가 요구된다. 지금보다 병력 규모가 줄어들고, 첨단화가 촉진되는 환경에서도 군은 강한 전투력을 갖춰야 하므로 전투 효율성이 높은 병력 구조로 바뀌어야 하며, 이에 부합한 징집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국군의 병력 구조는 간부 비율이 약 28%로, 선진국 평균 약 45%에 비해 낮은 수준이므로 병력 감축과 함께 간부 비율을 상향 조정해 군 인력을 정예화해야 한다. 특히, 직업군인으로 부사관을 늘리면 군 정예화와 함께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안보 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출산율이 낮아지면 징집 자원도 줄어들므로 안정적인 병력 자원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모병제보다는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지원병제를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복무기간 3∼5년 지원병제를 도입해 전차 조종수처럼 숙련이 요구되는 특기에 보직하고, 소총수 같은 단순 특기에는 징병제로 충원한다면 군의 전투 효율성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국민은 병역의무를 지원병제와 징병제 중 하나를 선택해 이행하게 될 것이므로 지원병의 처우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징병제 병의 복무 기간을 더 단축한다면 징병제의 단점도 보완될 것이다.

간부 비율을 높이고 지원병제를 도입해 군을 정예화하는 데는 추가 재원이 소요된다. 정부 계획대로 병력이 2022년까지 50만 명으로 줄어들면 지원병제 확대와 간부 비율이 높아져 인건비가 매년 5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다. 안보 위협이 높은 데도 병력을 줄여야 하므로 군의 전력 약화를 막을 수 있도록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평등과 공정의 가치에 있어 병역만큼은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고, 군인의 명예와 국민의 존경심이 미약하다. 모병제를 시행할 경우 자칫 또 다른 사회적 계층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모병제 복무 병사는 사회적 대표성과 자부심을 갖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이들에게서 높은 사기와 강한 전투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50여 년 동안 모병제를 시행하는 미국도 모병 지원병에 대해 사회에서 최악의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모병제가 재원만으로 시행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안보 상황과 환경의 변화가 극심하고, 국방에 대한 국민 인식도 낮은 수준에서 병력 충원마저 원활하지 못하면 안보 역량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징집 제도 변경은 특정 정당에서 선거 전략 차원으로 제안될 사안이 아니다. 신중히 접근해 시간을 갖고 국민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저출산으로 병력이 감축되더라도 상시 준비 태세는 최상의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 만큼, 군의 인력 정예화와 함께 병력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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