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검찰’인 공정위 정책을 공개했다. 지난달 22일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를 통해서다. 내용을 뜯어 보니 전임과 차별화됐다기보다 기업 압박 수위가 더 강화될 태세다.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원칙에 따라 공정경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L자형 경기 침체나 저성장 고착화 등 전대미문의 위기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마이웨이’다. 경제여건이 어려울수록 불공정한 반칙행위의 유혹이 커지는데 그대로 두면 공정하고 경쟁적인 시장 환경이 훼손되고 결국 대·중·소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곧바로 ‘착취’가 느는 것일까. 조 위원장은 갑을 관계 개선 정책, 재벌 개혁 강화 의지도 피력했다. 최근 재계에 일감 몰아주기 관련 제재나 조사 착수 소식이 점증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더해 공정위가 국세청이 보유한 제조원가, 자본거래, 연구·개발(R&D), 인건비, 투자 내용 같은 과세 정보를 과징금 부과·징수 목적으로 공유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까지 부상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에 필요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조사권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밀 유지가 필요한 기업 정보까지 무한정 갖겠다는 것이다. 경영 활동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전반적인 공정 경쟁정책의 방향이나 초점이 제대로 구사되고 있는지 회의적인 여론이 비단 이뿐일까. 초대 장관급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내(1996∼1997) 공정위 직원들로서는 직속 대선배인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명(明)과 암(暗) 50년-한국경제와 함께’ 자서전에서 공정위 수뇌부를 따끔하게 질책했다. “2019년 6월 물러난 문재인 정부의 1기 김상조호 공정위가 정부 스스로의 비경쟁적 요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재벌 규제만이 공정위의 주 임무인 듯 착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평생을 정부에 몸담았던 나조차도 ‘정부 규제를 먼저 개혁하라’고 외치는 마당에 평생 학계에 있었던 사람이 정부에 앞서 재벌 규제만 강조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김 전 수석 외에도 경제계 인사들은 재벌 정책인 경제력 집중억제정책이 경쟁을 주창하는 경쟁정책과 양립할 수 없는데도 정부가 포기하지 않는 것은 재벌 군기를 잡기에 그만 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내년이면 공정거래법 제정 40년, 공정위 출범 39년을 맞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공정위 규제 근거인 경제력 집중이 약화했고,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지주회사 지분율 등은 국내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다. 공정위가 천문학적 과징금을 때려 기업 운영의 톱니바퀴를 빼버리는 마냥 공포스러운 존재, ‘재계의 저승사자’로 머무는 건 경제 전반에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제 현실에 맞게 작동하고 경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지 진지하게 자문하고 사회적 토론을 거쳐 합리적 제도 개선의 길을 짚어볼 때가 됐다. 정부부터 개혁하고 솔선해야 재정, 노동, 고용 등 얽히고설킨 난마(亂麻)를 풀 수 있다는 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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