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캄캄하고 춥고 너무 조용하다 그런데

졸졸 소리가 난다

아침에 화장실 수도꼭지를 틀어놓고는

그만 깜빡한 것

부랴부랴 달려가 잠그려다 말고

한참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기특하고 고맙다

겹겹이나 닫힌 어둠 속에서

종일 홀로 목청을 켜고 기다려주다니

아무렴 누군가 집을 허락하였으면

어찌 달랑 빈집만 주시겠느냐

내 건망증을 시켜

너에게 나를 마중토록 하신 것

물값 걱정쯤 잠시 놓아둔다고 해서

누가 우리를 탓하랴

어서 졸졸졸 이야기나 마저 하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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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전남 영광 출신.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신이 놓친 악보’, 산문집 ‘산들내 민들레’, 수상집 ‘?’ 등이 있다. 2019년 11월 새로운 시집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달아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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