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진퇴양난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뜬금없이 시작된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적자의 늪에 빠졌고, 자구책의 하나로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꺼냈지만 정부에 의해 사사건건 거부당했다. 급기야 ‘전기료 한시 특례할인제도’ 폐지 논의마저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듯하다. 한전은 애초 28일 이사회에서 요금 개편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것은 정부와 협의된 것이며, 정부도 여러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한전 관계자 발언에서, 총선을 앞두고 일단 ‘전기료 인상’이 거론되는 것을 막으려는 꼼수가 읽힌다.

전기료 특례할인제도를 비롯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산업용 경부하요금 조정, 계절·시간별 요금제 등은 오래 전부터 한전의 누적적자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특례제도들로 인해 한전은 매년 약 1조 원의 적자를 안아 왔다. 매년 수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다가 탈원전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덤터기 쓰면서 입도 벙긋 하지 못하던 한전으로서는 이들 제도의 폐지는 일종의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총선 승리에 모든 것을 건 정권의 정치논리에 밀려 이마저 가로막힌 격이다. 경영 간섭이 도를 넘는다.

한전 경영진은 결단해야 한다. 이미 천문학적인 적자 규모와 전력기금 지출을 통한 공대 설립 등에 의해 초래된 주주 손실에 이사진의 배임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선심은 정부가 쓰고 뒷감당은 국민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더 이상의 경영 개입을 거부하고 적자의 가장 큰 책임이 탈원전 강행 등 정치적 압력에 있음을 공개하고 맞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드시 책임 추궁이 있을 범죄의 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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