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야당들이 합작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3개 안건을 둘러싼 격돌이 재발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등은 27일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다음 달 3일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수사권 조정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정당들이 똘똘 뭉치면 통과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부의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인데, 일리가 있다.

선거제도 개편안 문제와 관련, 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국 정치 현실에 맞지 않는다. 비례성 강화를 앞세우지만, 반론도 강하다. 비례대표가 정치 실세들의 나눠먹기 수단이 되고, 비례대표 의원직이 사실상 지역구로의 징검다리로 변질된 게 현실이다. 획기적인 비례대표 개혁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의 비례대표 증원은 이런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원론적으로도 연비제는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독일의 선거제도로서, 대통령중심제와는 맞지 않는다. 독일에서 특정 정당의 독주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히틀러 같은 독재자의 재현을 막기 위해 전승국들이 설계한 제도라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패스트트랙 정당들의 내부 협상 과정에서 연동 비율과 비례대표 규모가 오락가락한다. 원래 유권자도 정당도 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깜깜이 제도인데, 이젠 야바위 수준까지 왔다. 선거법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게 정도(正道)다. 합의가 힘들다면, 이번 총선은 현행 선거구 획정안에서 인구 편차만 조정해 실시하고, 제도 개편은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다른 2개 안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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