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에도 경찰의 돌연한 김기현 울산시장 수사를 놓고 많은 의문이 제기됐는데, 이제야 진상의 일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최근 김 시장 수사가 청와대 하명(下命)에 따라 이뤄졌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 26일에는 수사 주체도 울산지방검찰청에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로 이관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정치 공작이다. 당시 경찰 수사가 당락을 뒤집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결국 무혐의로 드러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과도 같은 여당 후보를 돕기 위한 과잉 충성쯤으로 여겨졌는데, 이젠 청와대가 정치공작의 본부이고, 경찰이 하수인 노릇을 한 모양새로 바뀌고 있다. 국민의 자유선거와 정부의 선거 중립은 민주주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기(國基)를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 됐다.

당시 선거에서 당선된 송철호 현 시장은 문 대통령과 인권변호사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은 송 시장의 후원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선거를 3개월 앞둔 3월 16일 김 당시 시장의 비서실장실 등 5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날이었다. 김 시장 측근들이 레미콘 업체 선정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선거가 임박한 5월에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나가던 김 시장은 낙선하고, 송 시장이 당선됐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 9개월 후 검찰은 이 사건을 모두 무혐의 종결했다. 경찰은 김 전 시장 동생의 횡령액이 1억5000만 원이라고 했으나, 200만 원으로 줄어드는 등 황당한 수사였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수사에 앞서 송 후보를 두 차례 만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검찰은 황 청장의 선거 개입 혐의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첩보’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 울산지검이 울산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민정수석실로부터 첩보가 하달된 게 맞느냐’고 물었고, 경찰은 ‘맞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황 청장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수사의 시급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의 최종 처분을 보면 납득하기 힘들다. 경찰의 수사 역량 자체도 의심해야 할 지경이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수사권 독립은 당분간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상황이 됐다.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에 이어 ‘문 대통령 측근 당선용 정치공작’ 정황이 더욱 뚜렷해졌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를 성역 없이 수사해 ‘윗선’과 ‘몸통’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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