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작, 제국의음식들-스테이크, 쉑쉑버거, 스타벅스커피. 30×40㎝, 종이에 혼합재료
김병종 작, 제국의음식들-스테이크, 쉑쉑버거, 스타벅스커피. 30×40㎝, 종이에 혼합재료

제국의 음식들, 뉴욕스테이크에서 스타벅스까지

여행 가방을 꾸릴 때면

일용할 양식에 대해 한 가닥

우수가 지나간다.

그러고 보면

혀는 가장 까탈스러운 동행자이다.

전시가 두 달이나 남았을 때

첼시의 갤러리 주인은

개막 다음 날의 점심을

뉴욕의 유명 스테이크 집으로 예약했다고

괜찮겠냐고 전화를 걸어왔다.

밥 한 끼 먹는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 호들갑이람.

싶었는데

그 집은 하도 유명해서

두 달 전쯤 예약해야 안심이란다.

세상 어렵게들 사는군. (속으로만) 했는데

그 음식 속에는 뉴욕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스테이크를 먹되 그 이상을 먹는 것이란다.

가보니 벽에는 그곳을 다녀간 저명인사들의 사진으로 즐비하고

시향의 지휘자쯤 되어 보이는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검은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 나비넥타이의 서빙 하는 노신사들이 더 관록을 자랑한다.

시금치 다진 소스와 함께 나온 스테이크는 살살 녹긴 했지만 스테이크는 스테이크. 혀의 미각은 역사, 문화 같은 거창한 데까지 뻗어가진 못했다.

밥을 먹고 나니 커피는 스타벅스에서 마시잔다.

굳이 두 블록을 걸어야 하지만 커피는 거기서 마셔야 제격이라는 것.

세상을 정복하려는 자는

먼저 혀를 사로잡을지니.

그렇게 해서 콜라는 그 톡 쏘는 맛 하나로

창 한 번 쓰지 않고, 식민 지배의 구설에도 말리지 않은 채

멀리 아프리카까지 나아갔다.

이제는 우리도 구수한 숭늉의 맛을 잃어버린 지 오래.

중국의 천 년 우롱차인들 별수 없이

그 스타벅스에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또 어떻고

심지어 영국의 피시앤드칩스까지도 치고 들어갈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전설, 쉑쉑버거의 시대다.

스타벅스와 쉑쉑버거 그리고 뉴욕스테이크.

그중에서도 스타벅스는 단연 제국의 음료

미지근한 뇌를 단박에 깨우며

저스트 두잇! 이라고 말하는 뉴욕스타일.


(11) 뉴욕의 음식

뉴욕은 스타벅스 제국의 중심
혀로 홀리는‘오늘날의 사이렌’

예약도 어려운 명품 스테이크
값비싼 만큼 호사스러운 경험

대중음식의 역사를 만드는 곳
이젠 시크한 맛 쉑쉑버거 시대


스타벅스(Starbucks), 멀리 시애틀에서 시카고를 점찍고 바람처럼 에티오피아와 아라비아커피 향을 몰아서 뉴욕으로 들어왔다. 커피 마니아들은 에티오피아 커피 시다모(sidamo)에 대한 향수와 전설을 가지고 있어서 그 허를 찔린 것일 수도 있겠다. 맨해튼 한복판에서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식민 지배를 받으며 노동의 대가로 달궈진 그 커피를 마신다는데 시다모가 스타벅스로 바뀐다고 해서 무슨 대수겠는가.

더구나 커피에 이야기를 입혀, 맨해튼을 돌아 브롱크스 브루클린 퀸스 스테른섬까지 삽시간에 통합해버리고 만다.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온 연인처럼 끌어당기면서 그 연인을 부르듯 그 이름을 부르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천천히 잔을 들고 거리를 걷는 스타벅스의 신인류들까지 탄생시킨 것.

작은 돈으로 구입하는 특권의 티켓 같은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생산지의 원가가 1달러의 반도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것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눈물 젖은 돈이고 말고다.

이제는 멕시코에도 인도에도 중국에도 스타벅스다. 세상은 이제 스타벅스의 제국 그리고 뉴욕은 그 제국의 중심이다. 순서가 뒤바뀌어 뉴욕스테이크와 쉑쉑버거까지 그 뒤에 데리고 다닌다. 그러고 보면 드넓은 세상이라는 것도 혀의 작은 끝에서 있는 셈이다.

그렇다. 채찍 한 번 든 적 없건만 스타벅스는 이미 제국의 음료가 됐다. 맛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법을 알았던들, 로마는 그토록 피 흘리는 싸움을 벌이지 않았을 터인데 싶을 정도이다. 스타벅(Starburk)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나오는 일등항해사의 이름. 원 안에 굽이치는 머리칼로 가슴을 가린 아름다운 자태의 여인이 디자인돼 있다. 먼 옛날 전설로 내려온 두 꼬리의 사이렌(split-tailed siren)의 이미지를 살짝 비틀어 바꾼 것이다.

항해하는 배마다 그 사이렌의 매혹적인 노랫소리에 홀려 뱃사람들이 죽게 된다는 전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항해할 때 전사 오디세우스는 병사들의 귀를 틀어막고 몸을 기둥에 꽁꽁 묶어 그 유혹의 소리를 피해갔다는 사실도. 하지만 오늘날 세상의 어디를 가도 그 사이렌의 마력은 귀가 아닌 혀로 그리고 눈으로 사람을 홀린다.

그 로고를 보는 순간 발걸음은 저절로 그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나자고 할 때 왜 꼭 스타벅스냐고 묻지 않는다. 듣는 순간 이미 사이렌의 마녀가 들려주는 매혹적인 가락이 들려올 텐데 거리가 문제겠는가.

넓은 세상을 접수하려는 자 그 작은 혀를 먼저 정복할지니. 그야말로 고금의 진리이다. 그에 비해 명품 뉴욕스테이크는 값이 너무 비싸 일 년에 한두 번 호사로 족하다.

예약도 어렵거니와 입구의 의자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다. 그냥 달랑 스테이크 몇 조각 먹고 자리를 떠야 한다.

쉑쉑버거는 또 어떤가 발음도 재미있지만 맛은 시크해서 스타벅스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세상의 모든 음식이 다 모인 도시에서 이 세 가지가 유독 다양한 사람들의 혀를 가장 많이 사로잡았다는 일, 어쨌든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뉴욕에 가면 이 세 가지 음식을 맛봐야 여행에 방점을 찍는 거란다. 유념하기를.

화가·서울대 명예교수



뉴요커들에게 대표음식이 뭐냐 묻는다면…“스테이크”

양념 적어 ‘고유의 맛’ 살려
이름난 식당은 예약이 필수


뉴욕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도시이다. 그래서 차분히 앉아서 먹는 레스토랑 음식도 많지만 담소하며 음식을 즐기기보다는 이동하는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먹는 거리 음식도 많다. 핫도그부터 아이스크림까지 길거리 음식이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뉴요커들에게 대표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스테이크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그 역사가 길다. 거의 양념 없이 질 좋은 스테이크 고유의 맛을 불의 열기와 시간을 절묘하게 조절해 시금치 소스와 함께 내놓는데, 이름난 레스토랑은 그만큼 붐벼서 이른 예약이 필수이다. 그와 함께 햄버거와 콜라로 대변되는 대중 음식의 역사 또한 진화를 거듭해 이제는 쉑쉑버거와 다이어트 콜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 피자와 파스타에 중국 음식과 스시, 아랍 음식과 태국 음식까지 이미 국제화된 음식이 다양하게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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