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기사 올릴수 있지만
해당자, 삭제요청하면 지워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과거 살인 범죄자의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놓았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7일 “살인사건 가해자로 인터넷 등에 올라와 있는 자신의 이름(성)을 지워달라는 진정인의 요청이 이유 있다”며 사건을 연방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도이체벨레,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선원 출신인 이 남성은 1982년 카리브 해를 항해하던 배 아폴로니아 위에서 총으로 두 명을 살해하고 한 명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2년 석방됐다. 이 남성은 2009년 언론 기사와 책 편찬 사실을 알고 해당 기사 삭제를 위한 법정투쟁을 시작했다. 슈피겔 지는 1982∼1983년 당시 기사를 1999년 인터넷 아카이브에 올렸고 검색 엔진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게 돼 있다. 독일 ARD방송은 이 사건을 2004년 다큐멘터리로 내보내기도 했고, 관련 사건이 책으로도 편찬됐다.

이번 판결은 독일 내 매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과거 기사를 게시할 수는 있지만, 해당 당사자의 요청이 들어왔을 경우 이를 지워야 한다는 판결이다. 데이터 사생활 관련 변호사 크리스티안 졸메케는 “심각한 범죄에서의 살인자라 할지라도 그에겐 잊혀 재사회화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단죄의) 정의와 (사생활 보호) 권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국경없는기자회 독일지부(ROG) 크리스티안 미르 지부장은 성명을 통해 “판결에는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개인의 잊힐 권리가 언론 자유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것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며 “이번 판결이 과도한 제약을 해 과거 기사 검색을 막을 수도 있는 위험도 없앴다”고 평가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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