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2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과 미국 정부 간 비밀 회담 내용이 담긴 문서를 들어 보이며 보리스 존슨 총리 측이 NHS 존폐를 무역거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2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과 미국 정부 간 비밀 회담 내용이 담긴 문서를 들어 보이며 보리스 존슨 총리 측이 NHS 존폐를 무역거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무역·투자워킹그룹 문서 공개
“美의약품 장기 특허권 수용땐
약값 비싸져 국민 생명 위협”
존슨은 “협상대상아냐” 반박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영국의 공공의료 체제인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팔아넘기려 했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영국 노동당이 폭로했다. 영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제도로 꼽히는 NHS의 운명을 놓고 존슨 총리의 ‘비밀 작전’ 의혹이 불거지면서 영국은 발칵 뒤집혔다. 존슨 총리가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열흘 남짓 남은 12·12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과 미국 정부가 무역 및 투자 워킹그룹에서 논의한 내용을 담은 문서를 공개했다. 451페이지 분량의 이 문서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최근 몇 달 전까지 런던과 미국 워싱턴DC에서 ‘브렉시트 이후 양국 무역협상’에 관해 오간 비밀 논의들을 다루고 있다. 코빈 대표는 “문서를 보면 영국과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적용할 특허권 기간에 대한 최초 논의를 끝마쳤다”며 “특허권 적용이 길어지면 약값이 비싸지고 이는 국민의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코빈 대표는 이어 “(양국 간 두 번째 만남에 관한 내용을 담은) 51쪽에 따르면 영국 관료는 복제약품의 NHS 접근권을 둘러싼 특허권 이슈가 핵심 검토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미국 측이 자국 특허권의 장기 적용을 위해 강하게 (영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NHS는 그동안 재정부담 증대로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파행적으로 운영돼왔다. 코빈 대표는 “이 문서는 (NHS를 살리겠다는) 존슨 총리의 발언을 넝마로 만들었다”며 “존슨 총리 하에서 NHS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 판매 대상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이제 총선은 NHS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됐다”며 “유권자들은 ‘존슨 총리 하에서 NHS가 과연 안전할까’라고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총선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이 보수당에 10%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번 폭로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는 “NHS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노동당은 지도부의 반(反) 유대주의 문제, 브렉시트 정책과 관련한 공백 등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NHS 문제를 계속 들고 나오고 있다”고 반격했다. 보수당은 관련 문서가 이미 온라인 등에서 공개됐으며, 코빈 대표가 앞뒤 맥락을 배제한 채 고의로 내용을 잘못 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당은 오히려 문서 내용을 보면 NHS를 협상 대상에 포함하고 싶지 않다는 영국의 입장을 미국 측이 받아들인 점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