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얼마 전 교육부가 자사고 및 외고에 대한 일괄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27일 관련 시행령(施行令)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반발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은 수용 불가를 주장하며 교육 당국과의 극단적인 대치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전국의 외고 교장과 학부모 수백 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부의 결정을 시대착오적이고 반(反)교육적인 포퓰리즘이라면서 일반고 전환(자사고 폐지) 방침의 철회를 촉구했다. 일반고 전환 대상인 자사고와 국제고들도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연합회’를 발족했다. 특히, 이 연합회는 민족사관고(민사고)와 인천외고, 서울 대광고 등이 중심이 돼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현 집권 세력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자사고와 외고를 집요하게 공략해 왔다. 당시 문 후보가 교육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적인 식견이 없었던 사실로 미뤄 판단하면, 이 공약이 특정 교원단체의 제안이었다는 추측을 하기 어렵지 않다. 자사고·외고 등의 폐지가 부당한 이유를 몇 가지만 지적해 둔다.

우선, 자사고와 외고 등이 폐지된다고 해도 교육 불평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 정권과 좌파 교육감들은 학생 선발권을 갖는 자사고와 외고 등은 학교 간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교육의 불평등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학교들의 학생선발권을 박탈해 추첨에 따라 배정되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뿐이다. 과거 고등학교 평준화가 확대됐을 때 나타난 신조어가 ‘강남8학군’이었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더욱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사교육비는 평준화와 비례해 늘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은 현재 집권 세력이 그토록 옹호해 준다는 빈곤 계층이다.

또한, 자사고 폐지는 곧 교육선택권의 부정을 의미한다. 자사고 폐지를 강행하는 좌파 교육감들과 현 집권 세력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교 선택이 불평등을 조장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신념의 이면에는 자신들은 정의와 선을 대변하고 자신들과 다른 입장은 불의와 악이라는 착각이 전제돼 있다. 한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집단의 사고방식이 이 같은 흑백논리에 지배된다면 그 사회는 전체주의의 나락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 자사고에 문제가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를 폐지하겠다는 건 정치적 폭력이다.

민주주의 국가 중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부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국내 좌파 교육감들의 이상향인 핀란드나 스웨덴에도 학부모나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사립학교들은 있다. 심지어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비민주적 집단지도체제를 견지하는 중국에도 한국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귀족적’ 사립학교들이 용인된다. 자사고와 외고 등의 폐지를 집요하게 추진하는 집권 세력의 도덕적 지도력(moral leadership)도 문제다. 정권의 일부 핵심 공직자와 장관 및 여당 의원의 자녀도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자사고를 폐지한다는 건 명백한 위선 아닌가?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에 드는 경비 문제도 크다. 매년 2600억 원 정도를 장기적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교육부 차관은 얼마 전 한 기자가 이를 지적하자 “쩨쩨하다”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황당무계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이런데도 정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폐지를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사에서 과도한 권력남용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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