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조각가와 표갤러리에 전시된 김 작가의 작품들. [표갤러리 제공]
김태수 조각가와 표갤러리에 전시된 김 작가의 작품들. [표갤러리 제공]
“자연에 숨어있는 생명의 힘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김태수의 14번째 개인 조각전 ‘ECO FLOW : See, Look, and Find’가 서울 ‘서촌’에 자리 잡은 ‘표갤러리’(종로구 자하문로) 3층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2009년 무렵부터 생태흐름(ECO FLOW)을 주제로 싹, 풀, 나무, 열매와 같은 자연물의 형태를 단순화시켜 현대적 미감이 물씬 풍기는 세련된 형태의 유기체적 추상조각을 선보여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최근 2∼3년간 면밀한 구상과 계획하에 작업한 다수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본래 부드럽고 서정적인 인체조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나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채색된 유기체적 추상조각으로 변신한 후, 탄탄하고도 참신한 조형력을 갖춘 현대 조각가로 화단에 각인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ECO FLOW’는 작가의 조각을 관류하는 키워드이면서 그의 관심사를 대변해 주는 용어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연의 이치와 우리 삶의 이치는 서로 영향을 받는다”며 “생명의 본질인 즐거움과 유희를 리드미컬한 선들과 투 톤의 원색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1층 전시실에는 크고 작은 환조와 부조들이 전시돼 자연 현상들로부터 발견한(find) 삶의 유희를 보여주고 있으며, 2층에서는 순환하는 웨이브 형태의 부조와 조형물을 설치해 사계의 순환, 나고 자라고 소멸하는 생태의 흐름 등 가까이에서 들여다본(look) 자연의 모습이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어서 작가는 3층 전시 공간 바닥에 수평 배열로 환조 연작을 설치해 멀리서 바라본(see)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놓고 있다.

김 작가의 작업은 외형적으로는 순도 높은 선명한 색으로 채색된 판재가 겹겹이 중첩된 추상 형태를 띠고 있지만, 조각이 지닌 생명력과 유연한 리듬감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생태 현상의 가늠할 수 없는 크기와 깊이감, 에너지, 시적인 감흥을 전달하고 있다.

‘작가노트’를 통해 김 작가는 그 같은 감흥을 글로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산행(山行)을 좋아한다./산행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멀리 대지(大地)의 힘찬 출렁임에 가슴 설레며, /한발 한발 다가서다 보면 /내 안의 온 세포들이 꿈틀거리며, /비로소 내 몸에 활력이 생성됨을 느끼게 된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요한 호이징가(Johan Huizinga)가 모든 문화와 예술에 내재한 고유의 특징으로 꼽은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의 정신이 김태수의 작업에도 깊숙이 내재해 있다. 단지 조각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리듬감이 유발하는 놀이적 특성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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