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음식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과 SNS가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버릇처럼 우린 “안녕하세요?” 다음에 “식사하셨어요?”라고 말한다. ‘보릿고개’ ‘춘궁기’는 기성세대들의 아픔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가면 자장면과 짬뽕이 우리의 1960∼1970년대식 곱빼기처럼 나온다. 배고플 때 고국을 떠났던 분들이 추억을 생각하면서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란다. 재미 교포 A 씨는 한국 골프장에 올 때마다 놀란다. 다양해진 음식메뉴와 정성이 담기지 않은 국적불문의 비싼 음식 가격 때문이다.
얼마 전 내장산국립공원에 있는 골프장에 다녀왔다. 그런데 음식 가격이 너무너무 착했다. 국내산 재료에 지역의 가장 좋은 한우를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한우사골곰탕이 1만 원, 자장면은 8000원이다. 특히 한우사골곰탕은 지역의 한우를 직접 공수, 밤새 100% 사골을 우려내 가장 인기가 많단다. 이 정도면 수도권 골프장에서는 2만 원 이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곳 오너는 “음식 가지고 절대로 장난하지 않고, 인심을 잃지 않겠다”는 철학을 내세웠다. 그의 밥 인심은 이곳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밥은 백성이다. 예부터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고, 군주는 백성으로 하늘을 삼는다고 했다.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이란 말은 ‘만사를 안다는 것은 밥 한 그릇을 먹는 이치를 아는 데 있다’는 뜻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쌀을 기른 농부, 정성껏 밥을 짓는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 먹는 밥에는 감사하는 마음은 모두 사라진 채, 인간의 탐욕만이 있을 뿐이다. 중국에 ‘사람은 쇠요, 밥은 강철(人是鐵, 飯是鋼)’이라는 속담이 있다. 곳간이 차면 감옥은 텅 비고, 곳간이 비면 감옥이 꽉 찬다는 말도 있다.
골프장 음식이 비싼 이유는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밥 인심과 덤을 실천하는 골프장이 있다. 1만 원 사골곰탕의 맛은 정말 어릴 적 시장에서 맛보았던, 투박한 뚝배기에 가득 담겨 나오는 추억이다. 착한 가격과 함께 집밥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이웃사촌과 함께 어우러져 먹는 진정한 낭만이 있다. 밥 한 그릇의 감동과 힘으로 용기를 얻어 성공한 인물도 참 많다.
오스카 와일드는 “어떤 이들은 그들이 가는 곳마다 행복을 만들어내고, 어떤 이들은 그들이 떠날 때마다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만큼 중요한 게 바로 밥이다. 밥맛이 없을 때, 정성이 없을 때, 더군다나 비싸기까지 할 때 그 골프장에 대한 추억과 낭만은 사라질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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