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6월 산둥박물관…‘복원 한평생’ 허락 작가
금분 세필에 묻혀 불경 필사
당나라서 전래…고려서 만개
숭유억불정책 조선때 맥끊겨
1986년부터 제작 기법 터득
불교 4대 경전 모두 복원 성공
4~5일 국회의원회관 전시도
“유럽·미국서도 열었으면…”
“우리 문화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흘러들어왔습니다. 물론 금사경(金寫經)도 7세기 당나라에서 전래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중국에서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했을 뿐 실제로 만개한 곳은 고려입니다. 숭유억불 정책으로 조선에서는 맥이 끊겼지만 이렇게 복원, 다시 중국에서 전시할 수 있게 됐다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내년 6월 중국 산둥(山東)성 산둥박물관에서의 전시를 추진 중인 현담(現淡) 허락(許洛·72·사진) 작가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그렇게 먼저 말문을 떼었다. 중국 전시는 지난봄 단양 구인사의 불교천태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허 작가의 초대전(1월 12일~4월 21일)을 계기로 중국 불교미술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허 작가는 산둥성 전시에 앞서 오는 4일과 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2019 국회특별기획전’에서 ‘묘법연화경 14곡 병풍’ 등 주요작품들을 선보인다. 고려사경문화원 원장도 맡고 있는 허 작가는 어려서부터 붓을 잡은 서력 60여 년의 서예가.
1986년부터 금사경 연구에 나서 제작기법을 스스로 터득,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복원작업을 시작해 불교 4대 경전을 모두 복원했다. 그동안 화엄경, 법화경, 금강반야바라밀경, 반야심경 등 허 작가가 금사경으로 필사한 불경의 글자 수만 해도 250만 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부처님 말씀 중에 법화경을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지옥을 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제 작품 앞에 서시면 말 그대로 법화경 한번 보는 것이 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아교에 갠 금분을 세필에 묻혀 한지에 불경을 한 자 한 자 필사해나가는 작업이 금사경이다. 글자 크기(폭)가 5㎜에서 10㎜에 불과, 극도의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행’에 비유한다.
금사경은 중국에서 전래된 후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시대에 특히 발달했다. 먹과 달리 금가루는 종이에 두툼하게 묻어야만 금빛 색감이 제대로 살고, 시간이 지나면 접착제의 효과가 떨어져 소실되기 쉬워 당대에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러나 청자 등 공예부문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겸비한 고려의 장인들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보적인 수준의 금사경 필사본들을 만들어냈다. 중국에선 고려에 사신을 보내 방법을 배워가거나 제작을 의뢰했다.
“어려서부터 붓글씨를 배워 글씨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1986년이었어요. 양산 통도사 야외에 전시된 금사경 작품을 접했습니다. 햇살에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아! 이런 글씨도 있구나’ 번쩍 눈이 뜨였습니다.”
허 작가는 화엄경을 절첩본이 아닌 12틀의 병풍 총 162폭에 변상도 81점과 함께 60만 자를 사경할 계획이다. 현재 12틀 중 세 번째 병풍 작업중이다. 완성후 병풍을 연결하면 무려 100m.
“제 작업이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중국 전시를 시작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전시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