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김용학 연세대 총장의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에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사회과학에서 100% 객관적인 것은 없다’는 주장을 듣고 공감한 적이 있다. 그 뒤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 반드시 옳다거나, 완전히 그르다고 판단하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사회과학에서도 왜곡이 너무 심해 거짓말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가끔 있는 것 같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 특히 통계에 대한 해석과 주장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문재인 정부가 왜곡한 가장 최근 통계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라는 고용과 소득에 대한 것이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전년 동월 대비 41만9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언론은 “취업자 증가 폭의 대부분이 60세 이상 취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돼 ‘재정(국민 세금) 일자리’ 확대를 통한 통계의 착시(錯視)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금년 10월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물량은 13만 명으로 65세 이상 취업자 증가 수인 25만8000명에 훨씬 못 미친다”며 “고령층에 대한 재정 일자리 제공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42만3000명 늘었는데, 취업자는 41만7000명 증가했다. 6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4000명 늘었는데, 취업자는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것보다도 더 많은 25만8000명 증가했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질 낮은 일자리(재정 일자리)가 없었다면 이게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통계청의 ‘2019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에서 소득 1분위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4.3% 늘고,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 5.37배로 지난해 3분기(5.52배)보다 다소 개선되자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은 자화자찬하느라 바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고, 홍 부총리도 페이스북에 “소득분배 여건 개선에는 최근 고용 회복과 함께 정부 정책 효과가 비교적 잘 작동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것도 실상을 뜯어보면 사실이 아니다. 올해 3분기 소득 1분위의 소득이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국가가 주는 돈인 공적 이전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소득 1분위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5만6800원(4.3%) 늘었는데, 소득 중에서 공적 이전소득이 7만9200원(19.1%) 증가했다.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통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산한 금액은 68만8100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오히려 줄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세금을 나눠줘서 저(低)소득층 소득을 늘린 뒤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국가가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뭉텅이로 나눠주면 1분위 소득 증가율을 4.3%가 아니라 430%도 늘릴 수 있다. 정치인도 아니고, 사정을 빤히 아는 경제 관료까지 통계를 왜곡해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거짓말하는 것은 정말 꼴불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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