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회원국 중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의 의장국으로 선정돼 항생제 내성의 관리를 위한 국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관련 안건을 논의하는 제7차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가 오는 9일부터 강원 평창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자료사진
우리나라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회원국 중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의 의장국으로 선정돼 항생제 내성의 관리를 위한 국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관련 안건을 논의하는 제7차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가 오는 9일부터 강원 평창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자료사진

(15) 식약처, 항생제 오·남용 방지에 총력

韓,항생제내성특별委 의장국
9일부터 CODEX특별委 주최
188개 회원국·국제기구 참석
평창서 실행규범 개정 등 논의

처방 대상 항생제 품목수 확대
수의사 전자처방전 등록 의무화
동물용 항생제 정보도 업데이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오는 2050년에는 매년 10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모니크 엘로와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사무총장의 이 같은 경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질병이 아닌 ‘항생제’다. 인간은 각종 세균 및 바이러스와 그로부터 기인하는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 항생제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감염병 치료에 필수약인 항생제를 오남용하게 되면 세균은 항생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형시켜 ‘항생제 내성균’이 된다. 내성균은 다양한 감염경로를 통해 전파되며 확산속도도 보통의 세균보다 빠르다. 강력한 내성균에 감염되면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어 가벼운 질병으로도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된다. 항생제 내성균 문제에 대한 엘로와 사무총장의 경고는 실제로 2016년 발행된 영국 정부의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단순 경고가 아닌 실제로 찾아올 수 있는 미래다.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유독 항생제 사용량이 많아 주의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인구 1000명당 항생제 처방을 받는 환자 수는 31.7명으로 독일(14.6명)이나 캐나다(17.3명)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처방 비율이 높다. OECD 평균인 20.5명에 비해서도 10명 넘게 많다. 가축에 사용되는 항생제도 많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에서 동물 1㎏에 연간 사용되는 항생제의 양은 188㎎으로 조사됐는데 독일(101㎎), 캐나다(119㎎), 일본(77㎎) 등 국가에 비해 많은 양이다.

항생제의 오남용과 함께 내성균 감염 환자의 접촉이나 오염 환경 등의 관리가 부적절하거나 효과 있는 신약이 부족한 경우에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내성균에 감염될 경우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초래되며, 특히 항생제 사용의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감염병 치료와 각종 수술, 항암치료, 이식 등이 어려워지며 의료비용이 상승하는 등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게 발생한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 의장국 역할을 수행 중인 우리나라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대응방안의 모색을 이어가기 위해 주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오는 9일부터 제7차 CODEX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번 위원회의 목적은 국제기준으로 사용될 ‘항생제 내성 최소화 및 확산방지 실행규범’의 개정과 ‘항생제 내성 통합 감시 가이드라인’의 제정이다.

188개 CODEX 회원국과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OIE 등 국제기구가 강원 평창에 모여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의 의장국으로 선정돼 2017년, 2018년에도 제5차, 6차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에서는 우선 2005년 제정됐던 ‘식품 유래 항생제 내성 최소화를 위한 이해관계자 준수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개정이 논의된다. 이 항목에서 지칭하는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현재는 가축사육자, 동물용 의약품 업계, 수의사 등 축산 관련자로 돼 있는데 이를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 등 식품공급망 전 과정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 식품 유래 항생제 내성을 각국 정부가 통합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제정하는 것도 논의된다. 참여 국가들 사이의 협력 수준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위원회 의장국으로서의 역할 외에도 국내 항생제 내성 문제의 관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선 항생제의 사용량을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처방이 필요한 항생제의 품목 수를 늘렸다. 2017년 축산용은 기존 20종에서 32종으로, 수산용은 4종에서 8종으로 늘려 사용량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였다.

또 처방 대상 항생제에 대한 판매 관리를 강화하고 수의사의 처방관리시스템을 통해 전자처방전 발급 및 처방전 발급내용의 시스템 등록을 의무화했다. 기존 평가가 이뤄졌던 동물용 항생제에 대한 정보도 최신으로 업데이트했다. 용법·용량과 주의사항 등을 최신 문헌을 기반으로 조정하고 올바른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항생제 오남용의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항생제 사용량 조절과 함께 내성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축수산물에 대한 국가 잔류검사 프로그램을 식육과 계란에 대해서만 하던 것을 2018년부터 우유와 수산물까지 확대하여 실시하고 있다.

유통 중인 축수산물에 대한 검사 건수도 2016년 400건 수준에서 올해 1800건 수준까지 확대했다. 물리적인 노력에 더해 내성균 치료제 등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의 개발 및 신속허가를 지원하고, 살모넬라균 등 주요 세균들의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는 기전을 분석하는 등 연구·개발(R&D) 과제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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