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기관들의 경보(警報)가 심상찮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데 이어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언급하면서 1954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2.5%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해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 기관들의 이런 경고는 오히려 피상적이라고 할 만큼 가볍기만 하다. 통계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국경제의 실상은 훨씬 걱정스럽다. 일단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한 것만 해도 지난 50년 중 세 번째로 긴 장기 수출 감소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연속 6분기 감소한 것도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장기부진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도 2017년 3%대 증가에서 2018년 2%대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1%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 2년 반 질기게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는 동안 성장률은 2017년 3.2%에서 2018년 2.7%, 그리고 올해에는 2%가 위태로울 정도로 떨어졌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취업자는 거의 정체되거나 줄고 있다. 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가처분소득이 늘긴커녕 오히려 줄어든다. 자동차 판매는 4개월 연속 뒷걸음치고 있으며, 문 닫는 가게가 줄을 잇고, 크고 작은 유통업은 경험해 보지 못한 불황을 호소한다. 상황이 이러니 외국인들은 17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그 와중에 국내 기업들은 도망치듯 외국으로 공장을 옮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둔해질 조짐이 뚜렷하다. 미국마저도 생산과 투자가 주춤거리고, 중국경제의 성장동력은 확실히 위축된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이 홍콩 문제와 섞이면서 더욱 갈피를 못 잡는 형국이다.

물론 이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장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9월 말 기준 우리의 대외 순자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4798억 달러로 비교적 충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이나 캐나다, 아세안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 협정이 있어 만에 하나 필요한 경우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첫째,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4672억 달러를 뺀다면 대외순자산은 120억 달러에 불과하다. 둘째,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0.5%포인트 더 낮다. 셋째,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다면 환율이 크게 불안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산사태처럼 달러 매수가 일어나면서 연쇄적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행인 것은,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상수지는 탄탄하다는 점이다. 실물경제가 어려운 데도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지금까지 지켜준 것은 경상수지 흑자와 안정적인 환율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환율이 안정됐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금리가 낮아도 외국 자금을 국내에 붙잡아둘 수가 있었다.

문제는,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수입은 대부분이 원자재라서 마냥 줄일 수가 없다. 지금은 수입을 줄이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수입해야 연료와 원자재를 공급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수입이 급증해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줄어들거나 국내 금리가 낮아진다면 언제라도 환율이 출렁이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 당국이 안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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