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 촛불, 새, 강아지, 집, 고래, 공장, 공룡…. 일곱 조각의 칠교놀이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많고도 많다. 그림책 ‘고양이 칠교놀이’를 읽고 있으면 책 속의 모형을 따라서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린다. 단순히 놀이의 방법만이 아니라 놀이의 서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쓴 네덜란드의 작가 마르타인 린던과 마런쿠 링은 부부다. 그들은 로테르담의 오래된 정육점 건물을 집으로 고쳐서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심심한 아이들에게 칠교놀이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도 칠교를 시작하는데 “할 것이 없어서 이것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놀이를 가르쳐주는 방문교육과 사교육 학원들이 번창하고 있다. 하지만 놀이가 수행해야 하는 일정으로 계획되는 순간, 어린이는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할 것이 없다”는 어린이의 투정을 “아이를 너무 놀린다”고 받아들이는 어른들은 낭비 없이 어린이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채워주는 것이 그를 잘 키우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심심함이나 지루함이야말로 탐구와 창의성이 자라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터전이다.
이 그림책에는 어쩌다가 칠교놀이판으로 고양이를 만들어낸 아이가 일곱 개의 조각으로 고양이의 먹이를 만들고, 고양이의 친구를 만들고, 만들다가 실수하고, 고양이와 함께 도망치면서 갖가지 모험을 겪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하늘색 칠교놀이판은 어느새 찬란한 오색 깃털의 새떼로 변신하여 우리를 쫓아온다. 독자도 주인공과 함께 이것저것 판을 움직여서 도망칠 방법을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수학의 기초가 되는 도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수학적 역량이 자라는 것은 놀이의 덤이다. 다음에는 이 고양이랑 어디 가서 무엇을 할까, 누가 또 따라올까 생각하는 사이에 그 즐거운 덤은 늘어나고 또 늘어난다.
칠교놀이는 고대 중국에서 오천 년 전에 시작됐다고 한다. 이 책 안에는 종이칠교놀이판도 같이 들어 있어서 어린이의 지적 호기심과 직접 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2017년 네덜란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56쪽, 1만7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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