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법률위반” 24명 서명

홍콩 입법회의 민주파 의원들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6개월간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위헌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다수당인 친중파의 반대로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람 장관을 둘러싼 야권의 책임론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밍바오(明報) 등에 따르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해 온 시민당의 앨런 렁(梁家傑) 대표는 전날 시의회 전체회의에서 홍콩 기본법 79조에 의거해 람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 탄핵안에는 다른 민주파 의원 24명이 서명했다. 민주파 의원들은 탄핵안을 통해 “람 장관이 범죄인 인도법안과 그로 인해 촉발된 사회 불안을 처리하면서 ‘중대한 법률 위반’과 ‘직무 유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렁 대표는 “홍콩인들은 최근 실시된 구의원 선거에서 람 장관과 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며 “이번 참사를 가져온 최고 책임자는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회는 5일에도 회의를 열고 토론을 이어갈 방침이다.

홍콩 행정장관 탄핵안은 입법회 의원 70명 중 4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돼 과반 의결로 통과된다. 최고법원 독립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 탄핵안 근거가 확인되면, 전체 입법회 의원 표결에서 다시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을 거쳐 이뤄진다.

그러나 입법회 의원 중 친중파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람 장관의 탄핵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홍콩 친중파 일각에서도 람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오는 16일 람 장관 베이징 소환 시 중국 정부가 람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람 장관의 지지율도 최근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홍콩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43.3%를 기록했던 람 장관 지지율은 지난달 19.7%까지 하락했다. 역대 최저치였던 둥젠화(董建華) 장관 지지율(36.2%)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홍콩 시위가 소강 상태에 접어 들었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홍콩의 한 사복 경찰이 엎드린 채 누워있는 14세 여학생의 어깨와 목에 올라앉아 있는 사진이 SNS에 돌면서 논란이 됐다. 반면 중국 본토에선 홍콩 시위대를 반역자로 몰아세워 이들을 공격하는 온라인 게임이 등장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함께 반역자와 싸우자’라는 제목의 이 게임은 홍콩 시위대를 때리거나 계란 등을 던져 무찌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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