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우리가 몰랐던 홍콩의 명소 ③ - 영화 속 홍콩 명소
홍콩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홍콩 민주화를 둘러싼 잇단 시위와 경찰의 강경 진압 등으로 올가을·겨울 시즌 홍콩으로의 여행은 엄두를 내기 어렵게 됐다.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 시즌 홍콩 여행의 매력을 아는 이들에게는 참 아쉬운 일이다. 홍콩이 언제 다시 예전처럼 관광객을 맞을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가지 않는 동안에도 홍콩은 진화하고 있다. 한동안 갈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각별하게 느껴질 홍콩 여행을 기대하며 홍콩의 도심 속에 숨어 있는 명소를 골라봤다. 이번에는 홍콩 영화 속 명소들이다.
한류에 앞서 ‘향(香)류’로 불리기도 하는 홍콩영화의 최전성기 시절, 코믹 쿵후 영화의 대표 주자 성룡, 칼 대신 권총을 잡은 현대식 무협, 홍콩 누아르 작품들로 사랑받은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그리고 그 바통을 이어받아 1990년대에는 로맨스 장르가 주류를 끌면서 임청하, 장만옥 등 여배우들이 스타로 떠올랐다. 1989년 한국 내 초콜릿 브랜드는 홍콩 배우 장국영이 출연한 광고 덕분에 매출이 300배 이상 늘어났을 뿐 아니라 광고 송출 시간을 묻는 문의가 폭주해 이에 신문에 광고 시간을 따로 공지했을 정도였다. 당시 한국에서의 홍콩영화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몇 년간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영화들이 국내에서 재개봉을 했다. 그 시절을 함께한 30∼50대뿐만 아니라 레트로가 뉴트로라는 개념으로 확장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면서 10∼20대에게도 어필되고 있다.

③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홍콩 그 자체 - 치파오
홍콩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2000)는 관능적이면서 우울한 소재를 농밀하게 그려내는 왕가위 감독의 미장센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자 2016년 BBC가 선정한 21세기 영화 100선에 2위로 선정될 정도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레드, 그린, 블루 등 각각의 색이 가진 의미를 더한 적절한 공간과 소품의 배치로 영상미와 더불어 은유의 힘을 보탰다. 장만옥은 이 영화에서 무려 23벌에 달하는 다양한 색상과 무늬의 치파오 컬렉션으로 관객들을 매혹했다.
-치파오 그리고 상하이탕
양조위와 장만옥이 마주 앉아 건조한 듯 상대 배우자들의 불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골드핀치 레스토랑은 아쉽지만 작년 영화 및 기억 속의 장소로 사라졌다. 하지만 치파오를 입고 여느 홍콩의 차찬탱 카페에 앉아 영화 제목 그대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중국 전통의 디자인과 현대적 모티브를 결합해 세계적인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거듭난 상하이탕은 영화 ‘색, 계(色,戒)’의 주인공 탕웨이가 입어 더욱 유명해졌다. 상하이탕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몽콕의 야시장을 찾거나 홍콩 치파오 대여 및 사진 촬영 서비스를 검색해보자.



④ 도심 속 성전, 성마가렛 성당
천장지구(天若有情·1990)의 성지 순례지, 성마가렛 성당은 극 중 주인공인 유덕화와 오천련이 이별을 예감하고 마지막으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던 곳.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오천련이 하얀 턱시도 재킷을 입은 유덕화의 빨간 오토바이 뒤편에 앉아 성당으로 향하던 장면은 영화의 포스터로 쓰일 만큼 강렬하며,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그들의 사랑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장소다. 홍콩섬 북단 코즈웨이베이에 위치, 성녀 마가렛을 기리는 아시아 최초 교회로 1925년 세워졌다. 높게 치솟은 빌딩숲 가운데 낮은 높이의 성전은 홍콩인들에게 마음의 안신처가 되고 있다.
-해피 밸리 경마장
1841년 엘리트들의 오락거리로 시작돼 영국인들이 모이던 사교장이었던 이곳은 이제는 홍콩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들까지 찾는 명소가 되었다. 홍콩 사람들의 80%가 참여하는 스포츠이자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한 마치 축제와 같은 흥겨운 경마의 현장에 함께하고 싶다면 매주(여름 제외) 수요일 밤, 이곳을 찾아보자.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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