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천일초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뒤편 온돌 바닥에서 그림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모양을 만들고선 “우리 학교가 최고”라며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천일초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뒤편 온돌 바닥에서 그림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모양을 만들고선 “우리 학교가 최고”라며 한목소리로 말했다.

- ⑥ 협업 교육의 장으로 변신 천일초교

차가운 바닥에 딱딱한 책걸상
재래식 변기 싫어 집에 가기도

작년 6개월간 9억원 투입 혁신
학생들 의견 반영…애교심 ‘쑥’

밝은 햇살 도서관 놀이터 변화
공기순환장치로 쾌적해진 교실

전교생 함께 누리는 공간 늘어
인성 변화… 사회·협업성 향상



“사랑합니다.”

지난 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천일초 3층 복도에선 귀가를 앞둔 1학년 학생들의 독특한 인사법이 눈길을 끌었다. 천일초에선 ‘안녕’이라는 말을 듣기 어렵다. 모든 인사는 ‘사랑합니다’로 통한다. 애정을 듬뿍 담은 인사엔 학생, 교사 구분이 없었다. 김선자 천일초 교장은 “학교 공간의 변화가 서로에 대한 배려를 이끌고 있다”면서 “사제, 교우 간 애정이 나날이 넘쳐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일초는 1985년 개교 이래 기피 학교로 분류됐다. 인근엔 ‘텍사스촌’으로 알려진 집창촌, 슬럼화가 진행돼 다닥다닥 붙어있는 공장·주거 지역의 철거와 재개발로 시름을 앓았다. 교내 시설도 낙후된 건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 딱딱한 책걸상에서 수업이 진행됐고, 복도는 난방조차 열악했다. 악취 나는 재래식 변기가 싫어 집에서 ‘볼일’을 해결하고 오겠다는 학생들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체육 시간이 되면 여학생들은 이곳에서 운동복을 갈아입곤 했다. 4학년 3반 학생들은 3년 전 입학 당시 학교 풍경에 대해 “무서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랬던 천일초가 달라졌다. 이 학교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9억2000여만 원을 들여 공간혁신을 시도했고, 지난 1월 교육부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교실은 협업과 배려심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따뜻한 온돌 바닥을 갖췄고, 쾌적한 환경을 수업 내내 유지할 수 있도록 공기순환장치도 겸비했다.


특히 1학년 1반부터 3반까지 교실 세 곳은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벽면으로 설치, 복도는 연일 학우 간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소통의 장으로 변했다.

부대시설도 한층 개선됐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2층 도서관은 천일초 학생들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누워서 뒹굴고, 장난치며 책을 읽는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수그러들 새가 없었다. 비나 눈이 내리거나,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 지속될 때도 건강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실내 ‘튼튼 교실’도 들어섰다. 우중충한 화장실에선 이젠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여학생들은 새롭게 마련된 탈의실에서 운동복을 갈아입는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1학년 엄서율(7) 양은 “엄마가 우리 학교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고 자랑했다.

공간혁신은 학생들의 인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일초의 변화는 학생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해 3월 태스크포스(TF)를 꾸릴 때부터 전교생의 의견이 반영됐다. 발언 하나하나가 구현되는 걸 목격하면서 학생들의 애교심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선후배 사이의 정도 두터워졌다. 천일초는 수업 외에도 반별로 자율적인 분과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이전보다 늘어났고, 이에 따라 고학년과 저학년 사이의 교류 폭이 커지면서 생긴 변화다. 체육 활동에선 선배들이 운동장에 긴 밧줄을 들고 와 돌리면, 후배들이 안에 들어가 줄넘기를 한다. 유해근 교무부장은 “모든 학생이 스스로 좋은 공간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선후배 사이가 돈독해지면서 천일초가 폭력 없는 청정학교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기류는 교직원들도 체감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겐 배움의 공간이지만, 교사들에겐 현업 장소이기도 하다. 과거 천일초 발령을 질색했던 교사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4학년 담임인 오나영 교사는 “업무환경이 개선되다 보니 학생들에게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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