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미·중간 갈등 날로 증폭
美정부 세계 각국에 관세 폭탄
떠오르는 中 기존 구도에 반격
이런 판국에 WTO는 기능부전
무역 분쟁에 세계교역량 감소
다자주의 통한 해결책 시급해
세상은 혼란스럽고 먹고살기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한국과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놓고 협상 중인 미국은 자동차 수입 관세를 레버리지로 사용하려 든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한령(限韓令)에는 입을 다문 채 “한국도 중국과 함께 미국에 맞서자”며 대놓고 협박하고 갔다. 이런 판에 국제사회의 무역 환경은 갈수록 낭떠러지다. 지구촌에서 어깨 자랑하는 미국과 중국의 다툼에 집안 편할 날이 없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0조 달러를 넘어 세계 부(富)의 23.89%나 차지하는 초강대국이다. 이 미국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국제무역 시스템을 흔들면서 세계 각국은 물론 수출입에 목매고 사는 한국을 전전긍긍하게 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며칠 전 미·중 무역 협상에 더 이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15일부터 1560억 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5%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2500억 달러어치에 25%의 관세가, 1100억 달러어치에 15%의 관세가 각각 적용되는 마당이니 총액 5160억 달러어치로 뛰어오르는 셈이다. 이 한마디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한국에서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1200원을 넘보고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3일 “(앞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필요성이 있을 수도 혹은 없을 수도 있다”면서 다소 원론적인 발언을 내놨지만 ‘고율 관세 카드’를 지렛대로 협상 대상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질세라 구글, 애플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을 대상으로 프랑스가 추진 중인 디지털세(稅)와 관련해 24억 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를 시사해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한 상황이다.
GDP 14조 달러로 미국에 이어 국가 경제 규모 2위인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 한 해 연구·개발(R&D)에 300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인공지능(AI)이나 5세대(G) 통신 등의 기술력에선 이미 미국과 맞설 정도다. 이런 중국이 세상을 향해 노골적으로 근육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그 작동 방식은 벌써부터 글로벌 사회의 외교관계 및 무역, 기술, 자본 흐름을 위협하고 있다. 구매력 평가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고 하니 중국이 지금의 미국 자리를 차지할 경우 그들의 힘자랑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양국 간의 갈등은 중국경제 전체가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어갈지 알려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나 다름없다. 중국 시장은 화웨이의 독자 생존을 가능케 할 만큼 거대하다. 중국이 인구 14억을 근거지로 ‘자기충족적 시장’을 구축함과 동시에 맘에 들지 않는 외국 기업들을 자국 시장에서 배제해 나가지 않을까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이미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해 온갖 무역 보복과 시장 배척의 괴롭힘을 당한 바 있다.
이런 판국임에도 자유무역의 불침번이어야 할 세계무역기구(WTO)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이 WTO 분쟁조정기구 심판위원의 재임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 상소 절차가 망가지면 무역분쟁의 법적 해결을 위한 창구가 닫히는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자칫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관세 폭탄 포격전이 벌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국제환경이 마치 1930년대 세계 각국이 관세 경쟁으로 몰려가던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진작부터 무역전쟁에 의한 경제적 피해가 심상치 않다. 지난 9월 기준 세계 교역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따르면 11월 현재 미국·유럽·일본·중국의 제조업 3900곳의 재고 상황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빨리 다자주의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모두가 투명하고 공정한 관세 및 무역규칙을 따를 수 있어야 한다. WTO 정상화가 시급한 이유다. 미국과 중국의 사나운 이빨에 입마개를 씌우는 데 실패할 경우 내년부터는 더 큰 충격이 우리를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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