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헌혈은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다. 그런데 헌혈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혈액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영향도 크다. 특히 10∼20대 헌혈자 비율이 70% 이상인데, 방학을 맞는 겨울철에는 혈액 수급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기준 147만여 명이 헌혈에 참여했고, 학생과 군인, 단체헌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말연시 헌혈이 더 필요한 이유다. 혈액은 인공으로 만들 수 없고, 대체할 물질도 없다. 장기간 보관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적정 혈액보유량인 5일분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헌혈이 유일한 방법이다.

혈액은 어느 나라나 부족한 모양이다. 몇 해 전 미국에서는 한 판사가 교통법 위반 등 경범죄자들에게 벌금 낼 돈이 없으면 법원 밖에 대기하고 있는 헌혈차에 가서 헌혈하고 증서를 가져오라고 판결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실제 이들 가운데 일부는 헌혈 증서를 가져와 풀려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는 헌혈한 사람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이라고 판단해 보상금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오히려 크게 줄었다고 한다. 보상금을 받게 되면 자신의 헌혈이 순수하지 못한 행동으로 비쳐서 기피한다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예비군 훈련 때 헌혈을 하면 하루 훈련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어 한두 차례 경험한 남성이 많다. 특히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엔 빵과 우유를 받기 위해, 심지어 법적으로 금지된 매혈(賣血) 사례도 종종 있었다. 반면 헌혈을 무려 700회 이상 한 사람도 두 명이나 있다. ‘헌혈 왕’은 769회 한 임희택 씨. 한 달에 최대 두 차례 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30년간 매달 두 차례씩 헌혈한 셈이다. 600회 이상이 3명, 500회 이상은 23명이나 된다. ‘헌혈 천사’들이다. 대한적십자사도 이들을 기리기 위해 포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른바 헌혈유공장 제도다. 헌혈 횟수에 따라 100회를 넘으면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현재 4617명이 등록돼 있다. 또 200회 이상은 명예대장, 300회 이상은 최고명예대장으로 예우하고 있다.

특별한 보상을 바라고 헌혈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구나 수혈받을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건강할 때 헌혈하는 것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나아가 모두를 위한 사랑의 실천이다. 생명 존중이라는 숭고한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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