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 오르가니스트가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다. 관객과 악기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대에 이동식 연주대가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박준호 오르가니스트가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다. 관객과 악기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대에 이동식 연주대가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오르가니스트 박준호, 18일 롯데콘서트홀서 공연
국제 콩쿠르 수차례 우승 명성… 유럽·美서 활동
해설 곁들인 파이프오르간 무대… “위로·온기 선사”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오르간 영재로 입학한 최초의 학생이었다. 한예종에서 오자경 교수를 사사한 그는 재학 중에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제 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4세에 독일로 유학을 가서 6년간 공부했고, 프랑스에서도 2년간 머물렀다. 그 사이 독일 뉘른베르크, 아일랜드 더블린 오르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오르가니스트 박준호(35·사진)의 이야기다. 한국 음악가 최초로 미국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 본교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른바 ‘젊은 거장’으로 세계 각국에서 초청 연주를 해 온 그는 올해 한국 활동에 집중했다. 한예종, 한양대 등에서 후학들을 가르쳤고,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 오딧세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연주와 해설을 통해 파이프오르간을 가깝게 만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2월과 7월에 이어 오는 18일 ‘크리스마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올 마지막 공연을 선보인다.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특별한 축제의 순간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의 음악이 마음 아픈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허전한 사람에게 따뜻함을 채워줬으면 합니다.”

그는 이번에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에 나오는 곡과 샤를마리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9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또한 콘서트 가이드 나웅준(트럼펫 연주자)과 함께 청중에게 파이프오르간의 여러 기능과 원리를 설명한다. “파이프오르간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에서다.

파이프 오르간은 손건반뿐 만 아니라 발 건반이 있어서 연주자가 바쁘게 발을 움직여야 한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파이프 오르간은 손건반뿐 만 아니라 발 건반이 있어서 연주자가 바쁘게 발을 움직여야 한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파이프오르간은 흔히 교회, 성당에서 의식에 쓰이는 악기로 알려져 있다. 박준호는 “서양 중세에 교회 악기로 자리 잡았으나 그 전엔 귀족 연회와 검투사 경기 등에 쓰인 세속적 악기였다”고 소개했다. 20세기 들어 전자 오르간과 구분하느라 파이프오르간이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그냥 오르간이라고 했단다. 실내악에서 화성을 채워주는 소형 파이프오르간도 있으나, 공연장에 설치하는 악기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형일 수밖에 없다. 국내 첫 전용 클래식 연주회장인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은 제작 기간 3년에 25억 원을 들였다. 악기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무대에 설치하는 이동식 연주대인 콘솔은 8억 원의 별도 예산이 소요됐다.

그는 ‘바람으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자연에 가까운’ 파이프오르간의 음색을 자랑할 때 아이처럼 즐거운 얼굴이 됐다. 그에 따르면, 파이프오르간은 관악기와 건반악기 특성을 함께 지닌 유일한 악기다. 연주대에서 스톱장치를 통해 원하는 음색을 짚고, 바람상자로부터 보내어진 바람을 손건반 및 발건반의 타건으로 파이프에 불어넣어 소리를 낸다. 음색 조절 장치인 스톱에는 거기에 조응하는 플루트, 오보에 등 각 악기 이름과 음색, 번호가 씌어 있다. 손건반뿐만 아니라 발 건반으로도 연주하기 때문에 호수의 백조처럼 연주자 다리가 악기 아래쪽에서 마구 왔다 갔다 움직여야 한다. 롯데콘서트홀 홍보담당인 이미란 책임은 “프로그램 해설자가 오르가니스트에게 ‘발 연주’를 하느라 애썼다고 하면 청중이 웃곤 한다”고 전했다.

박준호는 파이프오르간의 특성상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처럼 세계 유명 건축물에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프랑스 가이약 지역의 바실리카 생 미셸에서 연주했던 것이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어두울 때 보이지 않았던 프레스코화가 오후에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온 햇살을 받아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빛이 음악을 연주한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프레스코화에 있던 과거와 현재 시간을 순간적으로 비춘 빛처럼 내 음악도 영혼을 울리는 것이었으면 했습니다.” 박준호는 내년 북독일, 체코, 프랑스 연주 투어 일정이 잡혀 있다고 했다. 이 연주들의 울림이 부디 사람들의 마음에 빛처럼 가닿기를 그는 소망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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