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나갈 땐 김영철 나서고
대화 가능성 시사할 땐 김계관


북한이 지난 10월 5일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17차례 담화를 통해 대미 입장을 내놓는 ‘담화 외교’를 펼치고 있다.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국을 강하게 압박할 때는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나서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을 때에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등장하는 식으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형적인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1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미·북 실무협상 결렬 이후 김명길 순회대사를 시작으로 지난 9일 김 위원장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담화 또는 성명을 통해 대미 입장을 표하고 있다. 담화 횟수는 김 위원장이 4차례로 가장 많았으며, 김 순회대사가 3차례,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외무성 대변인이 각각 2차례로 뒤를 이었다. 부서별 횟수로는 외무성 라인이 11차례로 가장 많았다.

특히 북한은 대미 강경파인 김영철 위원장과 북핵 협상 전문가인 김계관 고문을 필요에 따라 내세우는 ‘강온’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영철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4일 뒤인 지난 10월 27일 담화를 통해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 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위협한 게 대표적이다. ‘2·28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취를 감췄던 김 위원장의 8개월 만의 외교무대 재등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11월 18일에는 “잔꾀를 부리는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 지난 9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잘망스러운 늙은이’라고 지칭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강경 입장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과 같은 군 출신인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도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력 사용 시사에 “우리 역시 신속한 상응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계관 고문 등 외무성 라인은 김영철 위원장의 과격한 언사를 외교적으로 순화하는 내용을 주로 내놓고 있다. 비핵화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는 11월 14일 “임의의 장소,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김 고문도 11월 18일 “미국이 진정으로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대조선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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