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물었다. “아빠는 보수예요, 진보예요?” 답하기를 “나야 보수지” 했다. 그러자 다시 물었다. “왜요?” 답을 들은 고등학생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간다면 당신은 진정한 보수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서문의 첫 대목이다. 저자에 따르면 보수의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수가 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수의 핵심 가치가 ‘자유와 선택’이라는 것을 아는 이도 드물다. 사실 상당수 보수가 막연히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수를 택한다. 그러나 보수는 안정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다. ‘자유’를 주어 발전적인 경쟁을 일으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이념이 바로 보수다.
저자가 드는 사례 중 하나가 ‘정리해고’다. 진보는 정리해고에 비판적이다. 직원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물론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보수의 거시적 관점, 사회 전체적 관점에서 볼 경우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옳다.
나가는 사람 개인을 불쌍하게 여겨 회사가 망하면 결과적으로 직원 전체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다. 이는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 보수는 ‘자유’를 중시하지만 개인만을 위한 자유란 의미가 없는 만큼 모든 이슈를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 반면 진보는 ‘평등’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해 ‘개인’을 더 우선시한다.
책은 ‘보수’가 받는 여러 오해, 즉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오해, 독재를 옹호한다는 오해 등을 해명한다. 한국에서 ‘보수’는 자주 ‘수구’를 연상시킨다. 이에 대해 저자는 ‘번역 실수’를 지적한다. 보수를 의미하는 ‘conservative’의 ‘원래 뜻은 ‘가치 있는 것을 보존한다’인데 이를 ‘보수’로 번역함으로써 ‘옛것을 지킨다’는 부정적인 어감을 지닌 수구의 의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당인가? 그는 “보수의 가치는 너무나 숭고한 것이 많다. 또 (이념 불균형의) 현재 한국 상황은 진보보다 보수라는 가치를 더 필요로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야당은 그 숭고한 가치를 거의 벽장 속에 고이 넣어두었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은 보수의 논리와 사상, 영혼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미국 대형 로펌 통상전문 변호사, 김앤장 국제변호사,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 세종대 부총장, 산업자원부 무역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 ‘글로벌스탠다드 연구원’의 회장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유튜브 개인방송 ‘전성철의 핵콕TV’를 운영하고 있다. 304쪽, 1만7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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