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법안 통과도 안된 예산
심의과정서 끼워넣기식 처리
‘근거 법안 사후에 통과’ 꼼수
기초연금·장애인연금 예산도
관련법 국회 계류돼 근거없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국회에서 내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법적 근거도 없고, 정부 안에도 없었던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특별회계(소부장특별회계)를 끼워 넣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졸속·날림 예산 심의가 아니라 사실상 불법 행위”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법(稅法)이 조세법률주의(조세의 부과·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에 근거하고 있음을 지적하듯이 국민의 세금을 쓰는 예산(총지출)도 반드시 법적인 근거가 있을 때만 편성해야 한다는 게 재정학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법적 근거가 없이 예산을 함부로 편성하면 예산 편성의 규율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4+1’ 협의체는 국회에서 내년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2조 원이 넘는 소부장특별회계를 강제로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부장특별회계가 내년 예산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이인영 의원이 직접 대표 발의한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내년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0일 당시에는 전혀 법적 근거가 없었던 게 명백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 법안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정한 ‘2020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32건 중 하나로 지정돼 있어서 앞으로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세종관가에서조차 “처리 가능성이 있다고 법적 근거도 없는 예산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밀어 넣는 것은 몰지각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법안은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발의하고 128명이나 되는 의원이 동참했다. 민주당의 “실수로 소부장특별회계를 신설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 안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법적 근거도 없는 2조 원이 넘는 특별회계를 신설해놓고, “근거가 되는 법은 나중에 통과시키면 된다”는 식의 발상 자체가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비민주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계에서 “이번 일은 단순한 부실 예산 심의가 아니라 범법(犯法) 행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기초연금 예산 증액분(1조6813억 원)과 장애인연금 예산 증액분(664억 원) 등도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에는 반영돼 있지만,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법사위나 상임위에 계류돼 있어서 법적 근거가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법적 근거 없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예산에 반영된 규모는 모두 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512조3000억 원)의 1%에 근접하는 금액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법적 근거 없이 예산이 절대 편성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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