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전문가 좌담
권문성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
배성호 서울삼양초 교사
사회 : 이관범 사회부 차장
문화일보는 권문성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서울시교육청 공간혁신 정책자문관),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서울시교육청 ‘꿈담 교실’ 총괄 건축가), 배성호 서울삼양초 교사(공간혁신 프로젝트 추진 경험자)와 ‘학교 공간 문제의 현주소와 과제’를 주제로 지난 9일 편집국 회의실에서 특별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들 전문가는 이 자리에서 “공간혁신을 경험한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수업과 학교 현안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면서 “이들 모두가 적극적인 자세로 학교 현안에 참여하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 = 이번 연속 기획을 시작하면서 첫 회에 교도소와 학교 사진을 나란히 지면에 실었는데, 놀라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현장에서 봤을 때, 학교 공간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권문성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이하 권) = 기성세대는 학교가 자기가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설이자 건축물이었다. 그렇지만 현재는 학교가 가장 열악한 시설이다. 그동안 똑같은 기준으로 공급만 했지, 사회 발전에 맞춰 다시 만들지 못한 것은 어디까지나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할아버지 세대가 만든 공간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바꿔야 한다. 내 아이가 가장 소중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아이들을 최고 수준의 건축 시설에서 길러야 한다는 것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건축 쪽에서는 도시 리모델링 할 때 가장 열악한 공간을 가장 좋은 공간으로 바꾼다. 대표적인 게 파리의 퐁피두센터다. 과거에는 푸줏간이 몰려 있던 곳으로, 이후에는 우범지역이었다. 그 지역 전체를 파리와 어울릴 수 있는 문화 지향 공간으로 바꾸자는 시도의 결과물로 지금은 문화복합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이하 김) = 학령인구가 줄어 학교가 위기 상황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현장에서 많이 느꼈던 것 중 하나가 학교 시설 노후다. 30∼40년 전 지어진 건물이 많아 가장 기본적인 시설도 많이 노화됐다. 창문 같은 경우 단열 문제도 있고, 어떤 교실은 곰팡이가 있을 정도다. 냉난방 같은 기본적인 것도 해결 안 된 학교가 많아 놀랐다. 시설뿐만 아니라 공간이 주는 메시지 측면에서도 그랬다. 현재는 일제강점기 학교 포맷이 주는 메시지밖에 없는 거 같다.
△배성호 서울삼양초 교사(이하 배) = 기존 인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 어린이도 시민이다. ‘우리 때는 말이야, 그 교실에 100명이나 있었어∼’하며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공간들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을 한다. 학생 수가 줄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되고 있고, 세계 교육환경도 바뀌고 있다. 프로젝트 학습이 전세계적으로 붐이다.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진다. ‘주어진 대로 살아라’가 아니라, 쌍방향 건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 말이다. 학생들 의견과 건축가 의견이 만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때 아이들은 성장해 간다.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공간 감수성’을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인권침해 사례 중 하나가 보건실에 침대가 2대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교생이 1000명이든, 2000명이든 침대가 2대밖에 없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이런 것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아이들은 공간이 바뀌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을 보면 특히 1학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오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멘붕’이 오는 건 화장실이다. 화변기를 보고 초등학교 와서 문화충격을 받는 것이다. 어떻게 여기서 일을 볼 수 있지? 하고 말이다. 아이들 시선에서 본다면 달라질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다.
△사회 = 정말로 공간 하나 바뀐다고 아이들이 바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공간 혁신 실험을 해본 결과는 어떤지 궁금하다.
△권 = 다른 공간에서 다른 생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명제처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3년이 된 ‘꿈담’ 프로젝트에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일단 재미있고 새롭다는 반응인데,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정리해서 공유할 것인가 이야기만 되면 확산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에만 초·중·고 1700개 학교가 있는데, ‘바꾸자’ ‘좋은 걸로 하자’ 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아이들의 미래는 뭘까. 다양성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것 아닌가. 그러면서 또 다른 규격에 집어넣으면 곤란하다. 아이들이 전부 다른 환경에서 자라도록 만들자, 다 다르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게 지금 고민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혼란스러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으로 개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 규격품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 제가 진행했던 원효초 이야기를 보면, 공간이 달라지니까 교사들이 ‘30년 동안 학생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건 처음이다’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저는 교실뿐만 아니라 ‘공용공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면동초의 경우 1학년 교실 7개가 ‘열린 학교’라 해서 교실 옆에 교실 크기만 한 복도가 있는데, 쓰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 공간을 3개의 테마로 꾸몄는데,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이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해주더라. 전에는 학생들이 자기 교실만 왔다 갔는데, 각각 다른 테마로 이뤄지니까, 7개 반이 다 친해졌다는 것이다.
△사회 = 실제 교육현장에선 어떤가. ‘돈만 쓰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텐데.
△배 = 예산을 받지 못한 학교의 경우 ‘돈 많이 받으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 같은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저는 다른 이야기를 해 준다. 우리 학교에 오래된 소파가 하나 있어서 복도에 둔 적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복도 문화가 달라졌다. 복도가 쉬는 시간에 그냥 지나가는 공간, 혹은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뛰는 공간 정도였는데, 사랑방처럼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도서관 하면 장서가 많아서 책꽂이 때문에 공간이 많이 없었다. 그런데 비울수록 충만해지더라. 장서를 옮기고, 도서실이 카페처럼 되니까 본래는 ‘도서실은 책 읽으러 간다’였는데, 학생들이 요즘은 ‘선생님, 저 그냥 마음이 안 좋은데 쉬러 갈게요’ 한다. 편안한 소파도 있고, 인형도 있고, 누워서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면서 바뀐 변화다. 해외 사례를 보며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이제 이뤄지고 있다.
△김 = 공간 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하나 더 말씀드리면, 첫해 했던 학교 중 동답초가 대단히 열성적이었다. 1년 후 다시 갔더니, 학교가 ‘고운 색 입히기’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했다고 하더라. 학교가 바뀌니까 학부모들도 달라졌다고 하더라. 학부모들이 자치 조직을 만들어 일주일에 두 번씩 팀을 짜서, 방과 후에 아이들을 관리해주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한다. 전 마음이 움직였다고 본다. 교육부든 학교든 공공시설 건축의 중요성은 국가가 국민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본다. 배려를 받으면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공간이 메시지를 주는데, 부모가 메시지를 본 것이다. ‘학교가 노력을 하니 우리도 노력을 하자’라는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아이뿐만 아니라 교육 주체들의 마음에 감동이 일면서 달라진 것이다. 다 같이 교육을 위해서 지역사회와 학교가 달라지는 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
△사회 = 그렇다면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위한 ‘좋은 학교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권 = 변하고 있는 세대의 아이들은 온타임으로 코딩이 된 아이들이다. 사회 변화가 머릿속의 변화로 바로 반영되는 세대다. 변화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100여 개의 좋은 샘플(꿈담 교실)이 있더라도 이것이 미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렇게 변화를 주니 희망이 있네 하는 것이지, 이게 목표가 돼선 안 된다. 교육의 열악한 환경 문제는 사회 문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교육 혁신을 만들어주려면, 제가 보기엔 어쩌면 다음 대통령의 대선 공약급의 사회 이슈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고민을 하고 꿈을 꾼다면, 짧은 시간 안에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시점이 왔을 때 잘할 수 있도록 지금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학교에 투자한다는 것에 ‘안 돼’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문화일보 기사를 보니, 학교 건축비 비용을 따져 보니 교도소 짓는 비용보다 낮다고 하던데 정말 놀랐다. 제일 투자를 많이 해야 할 것에 가장 짜게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배 =(미래 학교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나) ‘어린 왕자’에 나온 말처럼 배를 만들고자 한다면, 배 만드는 기술을 가르칠 게 아니라, 바다를 꿈꾸게 하라는 것처럼. 저는 상상력을 열어줘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이 같이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가 예쁘고 멋있게 바뀌는 건 좋은데 학교 내장재를 보면 그 기준을 따라가질 못해서 환경적이지 못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학교 도서실에 가면 잘 만들었는데 시트지 같은 것에서 PVC나 납이 검출된다. 저희가 서울대 보건팀과 조사해보니 놀라울 정도였다.
△사회 = 영국의 경우에는 국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데.
△김 = 그 프로세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주민, 교육청, 정부가 거버넌스로 해서 학교를 만드는 제도는 의미가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뽑은 안을 가지고, 1년 정도를 학교와 주민, 건축가가 그 안을 기본으로 해서 발전시키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교육청에 제안했던 것도 이런 부분이다. 개교하려면 2년 전에 예산이 확정된다. 설계에만 8개월이 걸린다. 나머지 기간 동안 짓기에도 빠듯한 것이다. 그래서 3년 전에라도 예산을 잡아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특히 신축 학교는 지역사회와 이야기해서 숙성시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상황은 학교를 만드는 프로세스는 있는데, ‘좋은 학교’를 만드는 프로세스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 커뮤니티라는 건 결국 마을의 중심 시설로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권 = 보통 학교 하면 건물을 생각하는데, 어쩌면 담장을 넘어 마을까지 학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빨리 추진하기 위해 금 긋고, 학교만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배 = 이런 변화들이 교사로서 참 고맙다. 학교 공간의 재발견도 있지만, 학교 주체의 재발견, 학생의 재발견이 이뤄졌다고 본다. 다양한 상상력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담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질적 변화까지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
글=이관범 기자
정리=윤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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