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2월 경선 ‘핫 이슈’

“10억달러 자산에 6% 세금”
진보 워런 상원의원 촉발

“부유세 대신 법인세율 인상”
바이든 전 부통령 맞불 공약

“반대 않지만 효과는 없을 것”
보수 블룸버그는 모호한 대응

워런·샌더스 “전국민에 혜택”
바이든·블룸버그 “유지·확대”
건보도 진보 - 중도 대립 뚜렷


2020년 2월 미국 민주당 첫 경선을 앞두고 부유세와 전 국민 의료보험 혜택(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이 중도와 좌파 후보들의 가장 뜨거운 전장이 됐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촉발한 이 도발적인 공약에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뒤늦게 등판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난색을 표하면서다. 민주당 경선 통과를 위해선 진보 정책들을 대놓고 반대할 수만도 없어 중도 성향 후보들에게 상당히 풀기 힘든 ‘고차 방정식’으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중도 온건 성향으로 분류됐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부유세(wealth tax) 대신 법인세율 인상, 고율의 자본소득세 공약으로 맞불을 놨다. 부유세는 최상위 부유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늘려서 부의 재분배 기능을 높이려는 정책으로 워런 의원을 일약 민주당 스타 주자로 떠오르게 한 주역이다. 워런 의원은 5000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가계에 2%, 10억 달러 자산 가계에는 6%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내걸었다. 워런은 부유세를 통해 거둔 돈으로 전 국민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메디케어 포 올’에 필요한 재원도 조달하겠다고 했다. 당초 올 1월까지만 해도 10억 달러 자산 가계에 3%의 세금을 주장했다가 최근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며 세율을 두 배로 올렸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3200만 달러 자산을 가진 가계에 1%, 100억 달러 자산 가계에 대해선 8%에 이르는 세금 추징을 주장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모든 미국인이 1차 진료부터 의료 시술과 처방 약 구입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도록 단일한 국가 건강보험 체계를 수립하자는 ‘메디케어 포 올’의 강력한 지지자다. 여기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은 물론 부자들에게 거둬들이는 세금과 보험료로 충당한다. 두 의원이 피워 올린 부유세, 건강보험 화두는 민주당 내 진보적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워런과 샌더스 의원은 미국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이어 2, 3위 후보로 뛰어올랐다.

뒤늦게 경선 참여를 선언한 블룸버그 전 시장도 이러한 민주당 분위기를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현안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블룸버그 전 시장은 그동안 부유세와 건강보험 문제에 있어선 ‘모호한’ 화법을 이어 왔다.

선거 캠페인 광고에서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낼 것(wealthy will pay more in taxes)”이라는 블룸버그 전 시장의 약속은 언뜻 부유세를 지지하는 듯이 보이지만 워런 의원, 샌더스 의원의 부유세에 대해선 “효과가 없다”고 얼버무렸다. 부유세 반대는 아니지만 효과가 없어 선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1월 “헌법은 소득세만 부과하게 돼 있기 때문에 부유한 미국인의 재산에 대한 세금은 위헌”이라고 한 발언과 비교하면 지지층을 의식해 수위를 조절한 정도에 그친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12년 당시 뉴욕시장 후보였던 빌 더블라지오가 연간 5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주민들에 대한 소득세 인상을 주장하자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대신 그는 지난 11일 저소득층 근로자들과 자녀 양육과 관련한 세액 공제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워런 의원의 지지율 하락에 주목해 ‘중도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10년간 3조2000억 달러(약 3813조 원)를 추가로 거둬 건강보험과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 샌더스 의원이 발표한 20조 달러 규모의 6분의 1 수준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부유세를 도입하지 않는 대신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38%까지 끌어올리고, 투자자들에게서 8000억 달러의 자본소득세를 거두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바 있는 재러드 번스타인은 “여전히 매우 진보적이지만 중간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소개했다.

건강보험도 진보와 중도 후보를 가르는 뚜렷한 전선이다. 워런 의원과 샌더스 의원이 주장하는 ‘메디케어 포 올’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보다 한발 나아간 급진적 정책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 역시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선거 웹사이트에서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달성하기 위해 저비용 의료법과 기존 의료보험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폐지를 추진했던 오바마케어를 지지한다는 정도다. ‘버락 오바마 후계자’를 자처하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바마케어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내 중도 성향 후보들은 최근 워런 의원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가 ‘메디케어 포 올’과 같은 급진적 정책에 있다고 보고, 오바마케어 확대 방안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급진 성향 후보의 본선 경쟁력 회의론과 무관치 않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좌파 성향의 후보가 경선에서는 승리해도 본선에 나가면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어 이길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퍼져 나가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3일 피터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비슷한 건강보험 정책을 제시하자 “내 정책을 훔쳤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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