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봉한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의 두 주인공 박정민과 정해인을 만났다. 소시민들의 삶을 코믹하게 다룬 ‘시동’에서 박정민은 어설픈 반항아 택일을, 정해인은 의욕만 앞서는 풋내기 상필을 맡아 진짜 동네 친구 같은 호흡을 보여줬다. 엄마(염정아)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택일은 집을 떠나 우연히 들어가게 된 중국집 장풍반점에서 정체불명의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실제로는 박정민이 정해인보다 데뷔 3년 선배고, 나이는 한 살 형이다. 그런 박정민을 정해인은 유독 좋아하고 따른다.



박정민 “10대 반항아… 내 어릴때 같아”

“쉽게 접해보지 못한 캐릭터에 재미와 매력을 느껴요.”

배우 박정민(사진)은 올해 개봉한 3편의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택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영화 ‘사바하’에서 신흥종교집단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한 후 ‘타짜:원 아이드 잭’에서는 포커판을 주름잡는 캐릭터를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영화 ‘시동’에서는 10대 반항아로 변신했다.

그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가 좋아야죠. ‘시동’도 유명 웹툰을 잘 옮겨놓은 시나리오에 반했어요.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도 누가 줬냐가 중요해요. ‘사바하’를 찍을 때 ‘시동’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이 사람들과 다시 일하면 현장이 즐겁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영화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람이 가장 중요하죠.”

택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리며 영화의 맛을 살려낸 그는 “내 안에서 캐릭터를 뽑아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제가 아는 감정이 녹아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것만이 내 세상’이나 ‘사바하’에서는 저를 숨기고 영화적인 인물을 표현하려 했지만 ‘시동’에서는 제가 살아오면서 안에 쌓아둔 감정을 끄집어냈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 같은 대사는 제가 어린 시절 어머니께 대들며 했던 말이에요.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감정을 잘 표현하려 했어요.”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전설의 주먹’(2012), ‘동주’(2015)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동주’를 찍으며 제 배우 인생에 시동이 걸렸어요. 이준익 감독을 만나 새 출발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까지 겉으로는 안 그런 척했지만 속으로는 빨리 성과를 내서 가족들과 회사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어요. 내가 만족해야 오래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촬영 현장에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토로했다.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요. 그런 점이 저를 괴롭혀요. 그래서 항상 저 자신에게 엄격해요. 저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곳이 현장이에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주면 힘이 나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정해인 “‘멜로남’ 아닌 새 역할 신났죠”

“2019년 한 해는 제가 정말 열심히 산 것 같습니다. 하하.”

정해인(사진)은 올해만 4개의 작품에 출연했다. MBC 드라마 ‘봄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KBS 2TV 예능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그리고 영화 ‘시동’까지. 2014년 데뷔 이후 6년간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치고 우울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자신과 연기에 대한 엄격성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지만 또 드러내고 싶지는 않은 법이죠. 저는 연기할 때 그런 걸 많이 느껴왔어요. 촬영현장에서 깨지고 배우면서 항상 ‘나는 부족하구나’하는…. 그때마다 감독님과 선배님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박정민이었다. 정해인은 데뷔 전인 2011년 관객으로서 영화 ‘파수꾼’을 보고 박정민의 팬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작품을 하게 돼 기뻤어요. 게다가 고두심, 윤경호 선배님까지 참여하셔서 너무 좋았죠. 촬영이 바빠 정민이 형과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다음에도 다시 만나고 싶어요.”

설렘 때문일까. 극 중에서 박정민과 정해인의 호흡은 찰떡같았다. 정해인은 “은연중에 나도 정민이 형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 봐요. 어느새 상필이가 택일을 닮아가고 있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사실 상필은 그동안 정해인이 보여줬던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정해인은 ‘봄밤’에서는 사랑에 다시 마음을 여는 싱글대디 유지호였고, ‘유열의 음악앨범’에서는 거짓말 같은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순정남 현우였다. 첫 예능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를 통해 언뜻언뜻 비치는 그의 실제 모습도 반듯함과 순수함이 마치 소년 같다. ‘멜로남’으로서 여성팬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그가 왜 굳이 이런 캐릭터를 선택했을까.

“이미지가 망가진다거나 하는 걱정은 안 했습니다. 주변에 저를 도와주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시동’ 촬영 기간이 드라마 ‘봄밤’과 겹쳐서 몸이 피곤하긴 했어도 정신적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오히려 색다른 역할이 기대됐는 걸요.”

정해인은 곧바로 드라마 ‘반의 반’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인공지능(AI) 프로그래머 역할인데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합니다. 사실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제게 도전이니까요. 실패요? 실패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럼 될 때까지 하면 되겠죠.”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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