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유학생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 제공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유학생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 제공
경찰, 연세대 사건에 기소의견
8명 모두 중국인 유학생인 듯
다른 대학 훼손도 곧 신병처리


홍콩 민주화 시위를 둘러싼 대학가 갈등의 진원지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8명이 최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들 간 대립으로 번졌던 이번 사건에서 관계당국은 국내법 위반행위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대문경찰서는 연세대에서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 등)를 받는 8명에 대해 최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경찰은 9명을 용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8명에 대해서만 신원을 파악하고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구체적인 국적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모두 중국인 유학생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홍콩 시위와 관련한 대학가 갈등에 대해 “5개 대학에서 7건의 신고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고, 이중 5명을 입건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현수막 훼손 사건은 지난 10월 말 처음 발생했다. 10월 24일과 11월 4일 연세대 학생단체인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이 캠퍼스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여러 개 내걸었는데, 게시 후 24시간도 안 돼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이를 무단으로 철거했다. 목격담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을 중국인이라고 했고, 대화할 때 중국어를 사용했으며 ‘원 차이나’(하나의 중국)를 외쳤다고 한다. 며칠 뒤 게시한 현수막도 또다시 철거되자 해당 단체에 속한 학생들은 지난달 12일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서대문경찰서에 제출했다.

이후 서울대와 고려대, 명지대 등 10여 곳에서도 현수막이나 대자보가 잇따라 훼손되는 등 충돌이 발생하면서 이 사건은 홍콩 시위를 둘러싼 대학가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경찰은 다른 대학에서 일어난 유사 사건도 조만간 신병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 간 몸싸움이 발생한 명지대의 경우 두 학생이 상대방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경찰은 지난 10일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김수현 기자 sal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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