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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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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그런 생각이 드는구나’…스스로 거리두고 관찰을

▶▶ 독자 고민


자꾸 원치 않는 생각이 떠올라서 괴롭습니다. 신호등 앞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내가 앞사람을 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뒤로 물러서게 되고요. 복잡한 지하철에서 여성 뒤에 서면 갑자기 ‘내가 이 여성의 몸을 만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전철 손잡이를 꽉 움켜쥡니다. 운전 중에는 ‘내가 길 건너는 사람을 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운전도 잘 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무슨 병이고 어떡해야 합니까?

▶▶ 솔루션

자신이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강박사고(obsession)’라고 합니다. 일종의 강박증입니다. 이는 생각을 조절하는 뇌 영역이 과잉 활성화돼 있어 마치 되돌이표가 있는 것처럼 같은 생각을 떠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의지에 반하거나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생각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에게 생각이란 흘러가는 구름 같은 거라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지나갑니다. 그에 비해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 생각을 빨리 쫓아내려고 애를 씁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생각을 곧 ‘나’로 동일시하고 생각을 ‘사실’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융합(fusion)’이라고 합니다. 즉, 이들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생각이 많아서라기보다 생각을 곧 ‘나’와 ‘사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융합이란, 횡단보도에서 ‘내가 앞사람을 밀어뜨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했을 때 실제 자신이 아무 이유 없이 앞사람을 밀어뜨릴 수 있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믿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생각이 과연 ‘나’이고 ‘사실’일까요? 생각은 인간의 전유물도 아니고 생각 자체가 힘을 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생각이 힘을 가지려면 의지와 결합해야만 합니다. 사연을 주신 분은 자신과 상관없는 누군가를 해치려는 의도가 있나요? 오히려 엄격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처럼 ‘누군가에게 작은 피해라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경직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원치 않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생각을 통제하는 것 대신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통제 대신 관찰하는 것입니다. 관찰은 생각을 ‘나’와 ‘사실’로 동일시하지 않고 그냥 하나의 생각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탈융합(defusion)’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구나!’ 관찰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는 원치 않는 생각을 따옴표로 묶고 ‘~구나’를 붙여주는 것입니다. ‘앞사람을 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앞사람을 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드는구나!’라고 해주는 것입니다. 다시 떠오르면 또 ‘~구나’라고 해줍니다. 이러한 관찰은 생각과 나와의 사이에 거리를 주며, 생각이 나를 지나가도록 만들어줍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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