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역사기록 분석 논문 발표

중종·인종·명종 재위기간에
총 435건… 전체의 29% 차지
고강도 지진, 17세기 전반 많아

기온 등 상대적으로 따뜻해진
18세기 후반이후 안정기 들어


조선시대의 지진은 16세기 전반 50년 동안 매년 8.7건꼴로 가장 빈발했고, 고강도 지진은 17세기 전반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권(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조선시대사학보’ 최근호 제91집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상청이 발간한 지진 기록집을 바탕으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내용을 비교해 지진을 강도에 따라 A∼G등급으로 나누고 경향을 파악했다. 김 교수는 23일 “중종, 인종, 명종 재위기에 걸쳐 있는 16세기 전반에 지진이 모두 435건 일어났는데, 조선시대 지진 중 29%가 이때 일어났다”고 밝혔다.

조선시대에 기록된 지진은 1490건이었다. 김 교수는 50년 단위로 조선시대 지진을 분석하면 매년 8.7건꼴로 일어난 16세기 전반이 절정기, 243건이 발생한 17세기 후반은 제2차 지진 절정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양상을 보면 제1차 지진 빈발기(15세기 전반), 제1차 지진 감퇴기(15세기 후반), 제2차 지진 급증기(16세기 전반), 제2차 지진 감퇴기(16세기 후반과 17세기 전반), 제3차 지진 고조기(17세기 후반과 18세기 전반), 제3차 지진 안정기(18세기 후반 이후)로 요약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가장 강한 A등급은 9건 일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이어 B등급 10건, C등급 25건, D등급 56건, E등급 272건, F등급 366건, G등급 752건이 각각 발생했다. 김 교수는 “고강도 지진은 17세기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저강도 지진은 16세기 전반과 17세기 후반에 빈발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천문과 기상을 연구해온 김 교수는 “16세기 전반에 지진이 30% 가까이 발생했는데, 기상 재해사 관점에서 중종과 명종 시대 사회와 자연현상을 재조명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16세기 후반에 이어 두 번째로 지진이 잦았던 17세기 후반은 첫서리가 빨리 내렸는데, 저온 현상과 지진 발생 빈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는가에 관한 심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8세기 후반 이후는 기후가 상대적으로 따뜻했고 지진은 적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삼국시대 이후 대한제국 시기까지 2000년간 지진을 목록화하는 작업도 수행했다. 연평균 지진 발생 건수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0.1건이었고, 고려시대에 0.3건이었다고 분석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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