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미사일 추적함 ‘하워드 로렌젠’.
미국 해군의 미사일 추적함 ‘하워드 로렌젠’.
美 미사일 추적함 ‘로렌젠’
남해 일대에서 작전 수행중
北요인 생포훈련 공개하기도

美 “준비태세 완료” 강조에도
WP “트럼프는 종이 호랑이
中과 다툼에 대북공조 균열”


미국이 대북 경계 태세를 높이고, 북한 요인 제거 작전을 공개하는 등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나설 때에 대비한 플랜 B 준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옵션상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한계론도 적지 않게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한국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 기지에 주둔하던 미 해군의 미사일 추적함 ‘하워드 로렌젠’이 남해 일대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다. 또 이날 민간항공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 주력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가 한반도 상공 3만1000피트(약 9448.8m)를 비행했다. 미 공군은 지난 20일에 조인트 스타스(E-8C)를 출동시킨 데 이어 지난 주말에도 이례적으로 리벳 조인트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는 등 북한군 움직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또 23일 구매 계약 5년 만에 한국에 고고도 무인정찰기(HUAS) 글로벌호크(RQ-4) 1대(1호기)를 인도했다. 글로벌호크는 이날 오전 5시쯤 경남 사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특수 고성능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의 무인정찰기다. 작전반경은 3000㎞에 달한다. 미국이 글로벌호크 인도를 북한 도발 임박 시점에 한 것은 한국과 대북 감시 및 대응책 마련을 함께 준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달 주한 미 특수전사령부가 군산에서 한국군 특전대원들과 함께 북한군 가상 기지를 습격해 요인을 생포하는 훈련을 한 동영상도 공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북한군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을 공개해 북한에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강력한 군사적 대응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있다.

미군 고위당국자들도 잇따라 대북 준비 태세 완료를 강조하며 군사 옵션이 유효함을 강조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도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승리할 준비를 하며 높은 대비태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북한의 성탄절 선물과 관련해 “우리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과 달리 군사력 사용을 꺼린다는 점이 드러나고,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대북 제재 공조 이탈을 초래하면서 북한을 압박할 군사적·외교적 레버리지를 상실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 미군 철군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이호랑이임을 보여줬고, 중국과의 다툼으로 (대북) 제재를 과거 수준처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북한은 무기 실험과 벼랑 끝 전술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년 전 ‘화염과 분노’ 당시로 돌아가려는 욕구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관련기사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