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탈퇴협정법 통해 보호 축소
인권활동가 “10대들 희망 위협”
野 노동당 “인도주의 본능 결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난민 아동을 무조건 입국시키는 ‘가족상봉법’을 철회해 거세 비난에 직면해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 유럽에 있는 난민 아동들이 영국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지낼 가능성이 높아지자 인도주의적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다.

문제의 조치는 EU 탈퇴협정 법안에 포함된 ‘난민 아동에 대한 법적 보호 축소’다. 존슨 총리는 새 법안을 통해 보호자 없이 유럽으로 건너온 어린이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도록 한 기존의 내용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도록 수정했다. 22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 경우 브렉시트 후 유럽에 있는 난민 신청자 아동은 가족이 영국에 있더라도 심사를 받고 난민 지위를 획득할 때까지 보호자 없이 홀로 난민촌 등에서 지내야 한다. 이 방침은 유럽으로 건너와 영국에서 가족과 재회하고자 하는 미성년자들을 위한 보호 장치를 보장하는 EU 규정에 대한 책무를 위반한 조치이기도 하다.

프랑스와 그리스의 난민 인권활동가들은 이번 법안이 안전한 법적 경로를 통해 영국에 도착하려는 10대들의 희망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또 “브로커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결국 불법으로 내몰린다”고 비판했다. 아동자선단체 세이프 패시지 관계자는 “EU 탈퇴협정이 취약한 아동 난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며 “더 많은 외로운 어린이가 영국에 들어가려고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칼라이스 난민촌의 한 활동가는 “아주 어린 아프가니스탄 소년들이 많이 있다”며 “아이들은 영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가기 위해 끔찍한 상황을 견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난민 신청자들을 지원하는 한 변호사는 “가족상봉법이 어린이들에게 공식적인 망명 시스템에 들어가도록 하는 방법인데 이 법이 없으면 아이들은 영국에 가기 위해 부상과 죽음을 무릅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에서도 비난이 속출했다. 앨프리드 덥스 노동당 상원의원은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극도로 비열하며 인도주의적 본능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유대인인 덥스 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부의 ‘킨더트랜스포트(아동 수송)’ 작전을 통해 6세에 나치의 학살을 피해 영국으로 입국한 바 있다. 리사 낸디 노동당 하원의원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어린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자 동정적인 보수주의가 존슨의 총리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암시”라고 지적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은 “새 법안은 보수당이 난민 어린이들이 대한 보호를 파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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